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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평점 :
웰컴 투 삽질여행
코로나 팬데믹 시대 해외여행이라고는 꿈도 꾸기 힘든 요즘 그래도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에세이는 유쾌함이 매력이었고 정말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었다.

제목 그대로 24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여행을 하며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삽질 에피소드들이 가득했고 이런 삽질과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주의 여행자가 되어가는 일종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일곱개의 큰 챕터로 이어지며 교통수단, 날씨, 사람과의 소통, 벌레와 질병, 무례한 차별주의자들, 통신과 현대기술 등에 대한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다. 샌드위치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 타야 할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선로 과열로 모두가 내린 기차에 영문도 모른 채 30분을 앉아 있기도 하고, 변기 바닥이 훤히 뚫린 기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함께 여행하던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고 서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여행지 숙소에서 수시로 출몰하는 바퀴벌레와 부다페스트의 저렴한 호스텔에서 베드버그에 물린 일은 악몽, 가족과 함께한 패키지여행에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몰상식한 가이드, 독일의 슈퍼마켓에서 겪은 백인 남성의 성추행 등의 단짠단짠의 연속이었다.
재밌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여행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게 되고 나도 경험해보거나 고민에 빠진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올려진다. 여행길에선 조금만 뒤틀려도 하루가 꼬인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여행에서 삽질만큼 기억에 남는 게 또 없다. 해당 지역의 유명한 랜드 마크를 만난 감동은 서서히 잊히지만, 애써 고생한 이야기만큼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심지어 미화되어 추억으로 포장된다. 온갖 삽질이 또 어떻게든 해결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여행길에서 따라오는 삽질은 언제나 두렵다. 이 삽질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떠난다. 하지만 삽질이 들어올 가능성을 모두 막아 두지는 않으련다. 그렇다면 여행이 너무 재미가 없어질 테다. 나는 지금껏 내가 해오던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모든 방식의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또 가족과. 처음 가는 길을 용감하게 걷고, 자주 가던 도시를 여전히 또 방문할 것이고, 갈 때마다 이상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얻어 올 것이다. 이에 따른 삽질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안고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