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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나라
이수남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평점 :
장군의 나라
분명히 소설인데 데자뷰 같은 어디서 많이 봤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분명 대한민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이 책 제목처럼 ‘장군의 나라’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활약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에서 멋진 줄타기를 보여준다. 아마도 K나라는 대한민국일 것이고 A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H자동차는 현대차를 연상시킨다.
이야기는 K나라 자동차산업 현장에서 10여 년 동안 함께 일했던 도이칠란트 사람 루디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K나라 사람들의 시련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K나라 사람들은 지난 세기의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벌판에서 털고 일어나, 자본도 기술도 인력도 없이, 맨땅에서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공장을 세웠다. 그들은 세계적인 자동차 선두 주자들을 반드시 따라잡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투지와 열정으로 자동차산업을 키워서, 놀랍게도 세계 제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담대한 목표를 달성했다.
A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고장이 잦은 싸구려 깡통자동차라고 놀림을 받던 H자동차가 어떻게 변신하여 바야흐로 세계 일류 품질의 자동차로 대우받게 되었을까? 외톨이 부품회사 사스코가 어떻게 H자동차 계열사의 철통같은 방어벽을 뚫고 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엔진컴퓨터를 H자동차에 납품하게 되었을까?
맨바닥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단순히 역사 나열식이 아닌 드라마틱한 소설 형식으로 펼쳐져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어느새 나 자신도 이 기업을 응원하게 된다.
또한 외톨이 부품회사 사스코가 어떻게 H자동차 계열사의 철통같은 방어벽을 뚫고 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엔진컴퓨터를 납품하게 되는 스토리 역시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 전설의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자동차 협력업체의 외국인 전문경영인 루디가 보고 듣고 겪은 기록과 증언을 만나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풀어낸 대목으로 예상되는 H자동차 A나라 K공장 준공식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영어를 도통 못하는 A자동차 B회장이 A나라 축하 손님들 앞에서 어떻게 연설을 할지 루디는 궁금했다. 놀랍게도 B회장은 그렁그렁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부하 직원들이 한글로 써 준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굳 모닝 레이디 앤드 젠틀멘, 이트 이즈 마이 그레이트 아너 투 프레젠트…(Good morning, Ladies and gentlemen, It is my great honour to present…).”
장내 손님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성이 터져 나왔다.
영어 같기도 하고 K나라 말 같기도 한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과연 임기응변의 고수였던 왕회장의 아들답게, B회장도 재치와 배짱과 뚝심의 대가(大家)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어서 A나라 재향군인들의 일동 경례와 군악대의 팡파르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온 A나라 전 대통령 아버지 보쉬는 B회장의 영어 실력을 칭찬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B회장의 영어 실력이 지난해 만났을 때보다 엄청 늘어서 놀랐다.”
준공식 행사장이 떠나갈 듯이 웃음과 박수와 환호로 뒤집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