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 선샤인 어웨이
앵무새 죽이기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연상되면서도 M.O. 월시 작가 특유의 스타일과 개성이 엿보여 즐겁게 읽은 성장소설이다.

흔한 스릴러 소설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며 사랑과 집착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참을 머물게 하는 힘도 있지만 이야기와 문장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기게 되는 소설이기도 했다.
소설은 주인공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내가 가보지도 않고 어떤 곳인지도 몰랐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배턴루지라는 곳을 눈앞에 그려준다. 그곳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되기도 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사춘기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짝사랑하는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내 방에서, 내 머릿속에서, 어설픈 내 손으로 내키는 대로 린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욕망이 불러일으킨 영감을 느낀 나는 린디의 머리 위에 그 애의 감정을 표현하는 생각 구름을 그려 넣었다. 내가 린디에게 생각하게 만든 것들. 내가 린디에게 원하게 만든 것들. 그것들은 곧 내게 돌아와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때가 1991년이었다는 걸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땐 인터넷이 없었다. 그래서 십 대인 우리들은 전화기에 매달려 살았다. 웹캠도 없고, SNS도 없었다. 우리가 꿈꾸는 건 그저 언젠가 우리에게 각자의 전화회선이, 통화가 끊기지 않는 시간이 생기는 게 다였고, 전화는 거의 매번 중간에 끊겼다. 통화 상대가 누구건, 얼마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건, 부모님이 실수로 수화기를 집어 들 수도 있었고, 형제자매가 자기도 전화를 쓰겠다고 우기기도 했다. 통화 중 대기라는 게 생기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는데, 이모며 삼촌이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끼어들 수 있게 되어서였다.
소설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희대의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 사건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또다시 자신도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동시에 이 사건을 해결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을 몰입하며 읽었다. 나름의 반전과 절정으로 치닫는 흐름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자기고백적 리얼리즘에서 나 자신의 어린시절과 성장과정도 회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