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를 쓴 여자

검은 모자를 쓴 여자 ㅣ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검은 모자를 쓴 여자

개인적으로 권정현 작가는 전작이었던 <칼과 혀> 를 인상적으로 읽고 새소설을 기다렸던 작가인데 이번에 자음과 모음 새소설시리즈의 아홉번째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다. 

시중에 해외 미스터리, 범죄, 심리 , 스릴러 소설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지만 항상 번역을 거치지 않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목말랐는데 이 작품은 그 갈증을 한방에 해소해주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으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징과 비유, 은유들이 어렴풋하게 독자들은 혼란에 빠뜨린다. 나는 이 소설을 한번 읽고 명쾌하게 해석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불편함도 이 소설의 매력이었고 아마도 두번 세번 더 읽게 되는 소설이 될 것 같다. 

여러 웰메이드 미스터리 영화에서 만나봤던 크고 작은 미심쩍고 기이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그 사고의 원인과 진실을 알고 싶다는 주인공의 욕구가 곧 독자의 욕구가 되며 몰입감을 높인다. 

이야기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주인공 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민은 동수라는 아이를 입양했고 동수가 키우던 검은 고양이도 같이 데려온다. 그러다 그 고양이가 원래 키우던 개를 갑작스럽게 공격하는 사건을 겪으며 민의 잠시동안의 평화가 깨지고 이야기는 갈등구조로 치닫는다. 

어떤 대목에서는 잠시나마 저자의 친절한 해설같은 문장들도 배치되어 가독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고양이도 동수도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부 사이에 끼어 들어온 타자였다. 상처를 덮기 위해 급조된 환경이었다. 지금의 평화는 봄이면 무너진 축대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곤 하는 개나리처럼 어딘지 위태로워 보였다. 축대가 무너지는 순간 노란 꽃들은 언제든 비명을 지르며 뭉개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타자’인 동수의 존재도, 무조건 아이의 편을 드는 남편의 행동도,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진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다 민은 무당까지 찾아가서 묘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남편의 차에서 의심스러운 고백이 담긴 일기까지 발견하면서 미스터리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라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