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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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 시그리드 누네즈


분명히 소설인줄 알고 있으면서도 한참을 읽다보면 실제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이야기로 착각하며 몰입해서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런 저런 여러 에피소드들을 에세이처럼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메시지가 어렴풋이 떠오르고 1부, 2부, 3부의 열다섯 꼭지를 관통하는 이야기 흐름에 올라 탈 수 있다. 


작가의 친근한 말투 때문에 번역을 커친 해외문학이라는 점을 깜빡 할 정도였고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도 허를 찌르는 문장과 작가의 사람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드러내는 대목들에 감탄하게 된다. 


굳이 전체적인 소설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하러 낯선 도시에 가게 되고 친구가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수락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열다섯개의 이야기보따리로 다가왔고 친구와 연대, 죽음과 삶에 대한 이런 저런 일상과 에피소드, 생각, 느낌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무겁거나 너무 진지하지 않고 유머와 소소한 재미가 솔솔했던 작품으로 기억 될 듯 하다.  


국내에 소개되기 전 미국 문학계에서는 이미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여러 평 중에 팬데믹으로 다들 불안한 시기에 이 책은 현대의 불안감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해준다는 평과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서 궁극적으로 맹렬한 작품이라는 표현에 공감되었다. 


기도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듣고 있기나 한가. 감독은 관객/훔쳐보는 자가 이 두 질문을 곱씹기를 바랐다. 극장을 나서는 내 머릿속엔 잘 알려진 고무적 격언이 떠올랐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이 모든 일(이 모든 일: 가차 없는, 형언할 수 없는 그것)이 먼 과거의 기억이 됐을 때는 과연 어떨지 알고 싶다. 더없이 강렬한 경험이 결국엔 얼마나 자주 꿈과 비슷해지는지, 난 늘 그것이 싫었다. 과거를 보는 우리의 시야를 온통 지저분하게 뭉개놓는 그 초현실적 오염 말이다. 실제 일어난 그토록 많은 일이 어째서 진짜로 일어나지 않은 듯이 느껴지는 걸까? 인생은 한갓 꿈일 뿐. 생각해보라. 그보다 더 잔인한 관념이 과연 있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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