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지음 / 놀 / 2021년 9월
평점 :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위탁가정에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 위탁가정 활동을 하고 있는 배은희 저자의 아름다운 일상을 쓴 에세이가 나와 반갑게 집어들었다. 친부모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친가정 양육이 어려운 아이들은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일정기간 위탁가정에 맡겨진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제공받는 것이다.

저자는 위탁가족에 대한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담백하게 썼고 가족의 사랑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피보다 진한 건 사랑이라고 가정위탁제도로 막내 은지와 가족이 된 작가는 2015년 봄부터 은지와 쌓아온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중앙일보에 ‘배은희의 색다른 동거’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3년간 연재했다. 이 책을 그 글들을 다시 편집해서 엮은 결과물이다.
길지 않은 여러 글들은 위탁가족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도 엿보였고 친자식 같냐는 둥 돈은 많이 받냐는 둥 막연한 상상과 걱정을 빙자한 말들이 비수가 되어 상처가 되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책은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위탁가족의 삶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위탁가정이 되려면 의외로 엄격한 자격이 요구된다고 한다. 예비위탁부모 교육을 받을 것, 적정한 수준의 소득이 있을 것,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양육과 교육이 가능한 가정, 위탁부모의 나이게 25세 이상일 것, 위탁 아동과의 차이가 60세 미만일 것, 위탁아동 포함 18세 미만의 친자녀수가 4명 이내일 것,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마약, 알코올, 약물중독, 정신질환 전력이 없을 것, 가정이 화목할 것, 정신적,신체적으로 위탁아동을 양육함에 현저한 장애가 없을 것,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받을 것…
은지는 요즘 들어 자주 입을 삐죽거린다.
“엄마! 왜 언니랑 오빠만, 엄마 배 속에 있다가 낳아줬어요? 치….”
은지는 아직도 아이를 배로 낳고, 안 낳는 문제를 엄마가 선택할 수 있는 줄 안다. 그래서 은지는 자신도 언니 오빠처럼 엄마 배 속에 있다가 태어나고 싶은데 왜 은지만 가슴으로 낳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정말 그런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관계라서 더 소중한 게 아닐까?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위탁 부모 계약서를 갱신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내어준다. 함께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해 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엄마! 은지는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이잖아요? 우리 행복반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선생님이 좋겠다 그랬어요. 헤.”
활짝 웃으며 자랑하는 은지를 꼭 안아주고 말했다.
“그래, 은지는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이니까 두 배로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