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 앞에서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1
안경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문 앞에서
10분이면 전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지만 마지막장을 읽고도 도저히 덮을 수 없었던 그림책이다. 그만큼 여운이 깊었고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솔직히 안경미 작가가 이 그림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정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어렴풋한 이야기는 우화로써 큰 울림을 준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은 위한 그림책이었고 웅진에서 이번에 새로 시작한 당신을 위한 그림책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이미 여러 그림책 관련 국제행사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안경미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멋진 자신만의 개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초반부의 어두운 흑색 하나만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후반부에서는 파란빛이 조금씩 섞이다가 마지막에는 온통 파란빛으로 물드는 과정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세자매가 등장하고 문을 열자, 신기하게 또 다른 문이 나오고 문은 계속 그 자리에 있다. 열어도, 열어도 출구가 나오지 않는 문의 연속이라는 상황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지만 결국 하루하루 인생 문을 여닫는 우리의 모습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문은 어떤건지 그 문의 출구는 있는건지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문들을 계속 열고 있는지 등 다양한 상상과 사유를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을 회피하지 않고 돌파하여 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문 이상의 ‘문’을 만들기 위한 삶의 의지는 세상과 자신을 향해 하나의 선을 그리는 행위와도 같다. 문을 없애거나 문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자기 앞의 생을 바라보며 매일을 채우는 과정 그 자체야말로 새로운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