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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8월
평점 :
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아트인문학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은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트와 인문학이 결합된 김태진 작가의 강의는 항상 단순히 화려한 도판 그림에 해설을 덧붙인 기존 미술 서적의 그림 감상에서 머물지 않고 나에 대한 질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잔, 마티스, 폴록, 워홀, 뒤샹, 백남준 등은 현대미술사의 거장들로서 저자가 틀 밖에서 생각하는 힘이라고 칭하는 독창적 사고력을 보여준다. 이는 나다움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차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1부 미술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미술, 홈에서 빠져나오다’와 2부 고전미술에서 완전히 해방된 미술이 부단히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미술, 드넓은 세상에 펼쳐지다’로 이어지는데 그 아래 25개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25개의 챕터에 배정되어 새로운 미술이 생겨난 순간들을 읽어 볼 수 있었다.
또환 공간의 붕괴부터 지각의 해체, 탈권위, 탈형식, 탈물질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미술 이야기들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명쾌한 정리였고 그 속에서 지금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끌어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폴록의 액션페인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화가의 행위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폴록의 작업은 우연적이라 할 수 있는데 손은 허공을 가르며 움직이는데 거기에 중력이 개입한다. 순간적인 의도는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화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과거의 그 어떤 그림과도 다르다. 붓을 대고 그리는 회화에서는 손놀림과 결과물이 거의 완전히 일치한다. 하지만 폴록의 그림에서는 이 둘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그려진 것과 분리된 화가의 동작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그 자체가 예술로 여겨질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백남준 작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플럭서스 예술의 의미를 읽어 볼 수 있었다. 백남준은 예술과 삶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른 그 어떤 예술운동보다 관람객들의 참여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로써 우리는 플럭서스의 슬로건이자 지향점인 ‘비예술의 실재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때의 예술이란 고착된 예술이며, 실재란 인위적인 예술을 벗겨낸 생생한 삶을 말한다. 즉, 틀에 박힌 예술을 거부하고 삶을 예술로 만들자는 슬로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