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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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위대한 패배자라는 색다른 접근법으로 역사이야기를 풀어내는, 역사덕후라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기존 역사책에서는 인물의 단면을 보았다면 이 책에서는 13인의 역사적 인물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를 바로 잡아주는 대목들이 가득했다. 



한니발부터 클레오파트라, 잔다르크, 트로츠키, 장제스, 닉슨, 체 게바라 등의 유명 인물들과 베르킨게토릭스, 몬테수마 2세, 앙리 드 기즈, 프랑수아 아타나즈 샤레트 등의 처음 접해본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주로 영광의 정점에 올라 존경과 두려움, 감탄과 찬양의 대상이었으나 배신과 암살, 자살, 유형과 처형 등의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인물들이 다뤄진다.  


그렇다고 인물과 관련된 단순한 역사적 사건 열거나 위인전이 아니었고 오만, 허세, 우유부단, 나약함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약점들로 인해 이들이 패배하게 되는 과정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풀어내는 방식이라 우리 인생부터 나의 과거의 어떤 상황들이 같이 연상되는 매력적인 역사이야기였다. 


맨 먼저 읽어 볼 수 있는 한니발을 다루는 챕터에서는 용사 중의 용사였지만, 자기 확신과 오만에 가득차 도처의 적을 알아채지 못해 로마군의 추적을 피해 다니는 떠돌이 신세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마지막 챕터의 닉슨 대통령에 대한 대목에서는 워터게이트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었던 인물이 사실은 국내에서 빈민과 흑인에게 가장 관대한 사회 정책을 펼쳤고, 미국이 벌인 전쟁 중 가장 길었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으며 중국공산당을 만나 25년간의 냉전체제를 끝낸 인물이란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닉슨은 1960년 대선 TV 토론에서 케네디에게 끔찍한 패배를 당했는데, 그는 이 상처를 평생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선탠을 한 듯한 구릿빛 피부에, 늘 웃는 얼굴에 여유가 있고, 어두운 색 신사복을 입어도 눈이 부신 케네디는 닉슨을 너무나 쉽게 이겼다. … 여론 조사에서는 그가 선두를 달렸지만, 의상 때문에 더 칙칙해 보이는 피부색, 얼굴에 비 오듯 땀이 흐르는 체질에다 말할 때마다 인상을 쓰는 구겨진 표정, 너무 빨리 자라는 수염 등 한마디로 케네디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텔레비전 세대에게 이미 매스미디어는 정치를 잡아먹는 뱀파이어였다. 전설은 두 남자를 반목하는 결투자로 몰고 간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에서 리처드 닉슨은 케네디의 초상화를 살피며 이렇게 한숨짓는다. “사람들이 당신을 볼 때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지만, 사람들이 나를 볼 때는 바로 그들 자신을 보는 것이오.”


그외에도 카이사르에게 ‘아니오’라고 말한 베르킨게토릭스, 죽음으로 일군 승리의 주인공 잔다르크, 오만의 결정체 콩데 대공,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인 로버트 리를 만나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체 게바라의 추락을 얘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부하들에게 전제적이었고,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부대를 이끌고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저자는 체를 “원액의 스탈린, 그러나 더 자기파괴적인 스탈린”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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