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 굽은 소나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하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수상 케이팩션 3
천영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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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 천영미 장편소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20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읽어보면 왜 문학상이 아닌 콘텐츠대상인지를 알게되고 정말 콘텐츠 그 자체의 무한한 잠재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색다른 구성과 전개였고 여느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방식이 그야말로 페이지터너였다. 일단 믿고 읽어보길 권하는 소설이고 올 여름 피서지에 가져가면 좋은 소설로 추천한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세종때를 배경으로 세종과 안평대군이 등장하지만 여느 역사소설과는 다르게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 아닌 허은수라는 곱추의 출생부터 시작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책 제목의 ‘굽은’이란 키워드가 그의 굴곡진 삶과 굽고 뒤틀려 볼품없는 소나무, 구부러진 등, 구부러진 신분과 구부러진 집안 등을 의미하며 그 사이에서의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 읽기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하나 이 책의 매력은 챕터 사이사이 ‘나무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나무와 인간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멋진 문장들이다. 나중에 작가의 말을 읽으며 천영미 저자가 한 때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랩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걸 알게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등굽은 허은수는 세종의 눈에 띄어 관리에 등용되고 주위 관리들로부터 온갖 무시와 시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은수가 땅의 기울기를 감각하여 온실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나무 밑동 아래 기어다니는 작은 지렁이를 발견하여 비옥한 땅의 조건을 터득하는 전개에서 장영실이 연상되는 즐거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좋았지만 나무이야기에서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거의 한국판 랩걸이라 해도 될만큼 인상 깊었다. 또한 그 나무이야기를 허은수의 삶과 연관시켜 풀어내는 저자의 상상력과 감수성에 감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알까? 그들이 손쉽게 베어가는 나무들이 실상은 주어진 생(生)을 살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울창한 숲의 시작은 생을 포기하지 않는 작고 여린 씨앗이라는 것을.


인간의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초라하고 작은 씨앗은 그저 숲에서 자라나고자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텨낸다. 씨앗은 어떻게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대부분의 씨앗은 어두컴컴한 땅속에서 적어도 1년을 기다린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싹을 틔우기까지 100년을 넘게 기다리는 씨앗도 있다. 그 무수한 씨앗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알 수 있다.


허은수는 온전치 못한 외형에 갇혀, 자신의 총명함을 세상에 내보일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이 몸으로 왕의 곁을 지킨다는 것이 불충이리라 생각하던 은수는, 아내 아영의 권유로 과거시험을 보고 곧바로 장원에 급제한다. 그 이후로 은수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한평생 한 칸짜리 방 안에 갇혀 글이나 읽으며 살게 되리라 짐작했던 은수는, 누구보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아주는 왕의 곁에서 그가 백성을 아끼는 것을 돕는다.


같은 소나무에서 난 씨앗일지라도,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씨앗이 갖고 있는 태생적 조건들보다는, 환경이나 햇빛, 물의 양 또는 흙처럼 후천적인 조건이 그것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을 제조하여 겨울 식량을 재배하고, 탐라를 방문해 귤나무를 가져오고 마치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만 같은 굽은 소나무를 재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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