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이 책에서 말하는 두번째 엄마는 할머니를 의미했다. 나 역시도 외할머니와 함께 지낸 어린시절이 생각났고 저자의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여러 대목에서 추억과 공감을 일으켰다. 


저자 전은수 작가는 자신을 천문학을 전공하며 어린 시절의 꿈은 작가였다고 소개한다. 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떠나 천문대를 구경한 이후 천문학자로 장래희망을 바꾸었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계속 좋아해 학창시절에도 틈틈이 습작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전은수 작가의 인생이야기이자 일상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솔직담백하게 쓴 에세이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전은수 작가의 깊은 사유가 바탕이 된 아름다운 문학적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글이 맘에 들었다. 


어떤 문장들에서는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오래 생각을 했었을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현재의 시공간.

누구나 이별을 언제 겪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게 되어있습니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 순간을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상실을 겪은 후, 다시 다가올 그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도록 현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위로가 아님을, 그저 흐름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지금도 흘러가는 이 시간이 언젠가 찾아오는 상실을 버텨낼 수 있는 기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같은 상실을 겪는 분들에게는 위로를 전하며, 그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여러분들에게 현재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여전히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말 못 할 먹먹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평생 내 엄마를 제외한 누군가를 ‘엄마’라 여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야 나는 내게 두 번째 엄마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경험한 상실이 트라우마가 되어 세상에 나 홀로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을 홀로 상상하며 괴로워하게 될 때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가서 조용히 그들의 숨소리를 들었다. 온통 컴컴한 방문 앞 어디쯤 앉아 새근대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내 곁에 있음을 확신한 후 다시 안심하며 침대를 찾아드는 것. 그러니까 그것은 나의 오래된, 어쩌면 낡은 습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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