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제 세었던 별을 따라 걸어가면
양송이타파스 지음 / 달꽃 / 2021년 7월
평점 :
어제 세었던 별을 따라 걸어가면
양송이타파스라는 필명을 쓰는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을 소개하길 세상 어딘가의 그 누군가는 과거의 나처럼 지금도 벼랑 끝에서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살아야하는 이유와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 그 누군가의 글로 만나고 싶었다. 손을 잡아주진 못 하더라도 ‘이런 게 있다’고 담담히 말하며,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담아 가깝기도 멀지도 않은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려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기이자 걸으며 생각하고 느꼈던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와 같이 순례길을 걷는 기분에 젖어들고 작가의 인생에 대한 질문들이 내 인생에 질문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작가와 함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나는 나로 나는 여기 있다. 나는 이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다. 현재의 삶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는 전재산을 쓰며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을까? 그 사람은 나에게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 사람이 바뀌길 원했을까? 걷고 또 걸어도 의문이었다. 이 길이 끝나면 나는 어떤 것이든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순례길 최대 고비였던 용서의 언덕을 지나가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의식할 틈 없이 걸어지는 순간들과 겹쳐졌다고 한다. 또한 0km 지점인 출발지 생장에서부터 800km 지점인 목적지 산티아고까지 0살부터 80살까지 살아가는 한 사람의 생애를 비유하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낸다는 것. 오늘 하루 죽지 않고 버뎌내었다는 것. 오늘의 삶을 내일로 연장했다는 것. 벼랑 끝에 몰린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칭찬 중 하나. 오늘을 살아내었다는 것.
저자는 이 책이 아주 옛날 우리 선조들은 깜깜한 밤에도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듯이 순례자에게 노란 화살표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타내는 누군가의 배려와 위로가 담겨져 있고 이 책 역시 앞으로의 나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0km에서 215.3km까지, 215.3km에서 452.2km까지, 452.2km에서 611.9km까지, 611.9km에서 799.0km까지 37일의 대장정을 37개의 챕터에 담아낸다. 혼자 걷던 길을 같이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양송이타파스를 먹고 새벽안개가 흩어지며 드러난 은회색 빛의 호숫가를 걷고 드디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한여름 스페인에서 17km를 쉬지 않고 걸었으며 순례길이라고 항상 심각하게 고민만 하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푸른 강이 흐르는 포르토마린에서의 하루를 보내며 지금의 행복이 내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지구 반대편에서 너와의 기억을 묻어두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