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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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시중에 심리학 책이라면 쏟아져 나올 정도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상처와 일명 스몰 트라우마를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돋보였고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이라는 신선한 주제가 매력적이었다. 


또한 어떤 대목은 나를 위한 심리학이면서도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조언들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정서적 방치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 즉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무시하고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사람은 부모로부터 사랑을 기대하며 인정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또한 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부모가 그 감정을 외면하고 무시하거나 오히려 비난하며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로부터 외면받는 부정적 경험은 아이에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전달됩니다. 이들에게는 애초에 문제가 된 사건보다 오히려 부모의 반응이 더 강렬한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녀를 부수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책임감으로 최소한의 부모 역할은 하지만, 

사실 어린아이에게도 개별적인 감정이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고 호감을 표현할 때 상대를 잘 믿지 못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상상조차 못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임상심리전문가 배재현 저자가 오랫동안 트라우마 치료에 매진해오면서 만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정서적 무관심과 방치, 학대의 상처를 알아봐 주고 위로해 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심리 치유서였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되는 ‘정서적 학대’가 실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 상처를 안고 자란 사람들이 또 어떤 고통에 시달리는지 이야기하고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객관적으로 어린 시절을 살피고 어떻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단순히 실제 사례들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트라우마의 주된 치료법인 EMDR과, 그의 내담자들이 실제로 시도해 보고 효과가 좋았던 여러 치료 방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세번째 챕터의 고통의 흔적들을 설명하는 내용들도 흥미로웠는데 애착문제와 자기조절감, 자기가치감 문제들이 언급되고 연애를 시작하면 다른 내가 나오고 자꾸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돼는 건 애착문제였고 감정표현 불능과 나인데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들은 자기조절감 문제였다. 그리고 수치심과 자기 비하, 완벽주의는 자기가치감문제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 책 제목이기도 한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는 고민에 대한 해답 또한 명쾌했는데 


생각해 보니 엄마가 저를 낳은 것이 스물네 살이었어요. 제가 지금 스물여덟 살이잖아요. 저는 결혼하는 것도 이렇게 두려운데 엄마는 저보다 어린 나이에 저를 낳고 길렀다고 생각하니 문득 엄마가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죠. 저는 지금 결혼도 두려운데 엄마는 저를 어떻게 낳았냐고요. 그랬더니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무서웠고, 자랄 때 많이 맞았다고 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아빠를 만나 집을 나왔다구요. 이제 자식을 낳아서 예쁘게 잘 키우고 싶었다고요. 저를 낳았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마음과 달리 먹고사는 것이 힘들고 어떻게 길러야 할지 몰라서, 사실 상처를 많이 준 것 같다고 하셨어요. 물론 한편에서는 여전히 화가 많이 나요. 왜 그렇게 저에게 화를 내고 엄마 같지 않고 애처럼 굴었나 야속해요. 하지만 이해도 되고 엄마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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