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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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멋지게 버무린 신경진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일명 세태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아주 충격적이면서도 이게 진짜 현실일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로 뭔가 흔한 요즘 연애소설들과는 다른 묵직함이 느껴졌다.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비혼이라는 키워드가 연상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가 세개의 트랙으로 진행된다. 가정의 단란함 속에 원인 모를 결핍을 느끼는 쇼윈도 부부, 사각관계라는 줄타기를 감행하는 위험한 커플,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결합하는 현실 남녀의 유형들이 그려지고 독자들은 결혼을 했든 안했든 지금 사회에서 사랑과 연애, 결혼은 어떤 의미이며 미래의 인류는 어떤 사랑을 할지 다양한 생각과 상상 하게 만든다. 


부모세대가 연상되는 영임과 하욱 커플은 자손 번식과 재산 증식에 매달리고 은희와 정우는 90년대 세기말 불안한 청춘의 힘듬을 그려낸다. 한나와 태영은 2000년대 MZ세대를 대표하며 그들만의 사랑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60년대 여성 영임은 사정이 어찌 됐든 그녀에겐 아이가 필요했다. 결혼은 종족 번식과 재산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그녀는 고통을 감내하며 남편을 받아들였다. 행복한 가정에 아이의 부재는 치명적인 결핍이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한낮의 게으른 강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괜한 헛구역질로 귀머거리 삼신할미를 저주했다.


90년대 은희의 계획은 광기가 도화선이 된 무모한 모험이었다. 강원도 군부대에 낯선 남자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고 전남친의 새여친의 전남친을 만난다. 


2000년대 여성 한나는 새해가 되자 한나는 다시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었다.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점령군처럼 밀고 내려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이었다. 전기장판 위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다시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검색했다. 두 달이 채 못 돼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그녀는 수치심에 떨며 엄마 신용카드로 빵과 우유를 샀다.


책의 후반부 어떤 대목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를 등장인물의 대사로 대신한다.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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