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H2O인가? -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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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인가?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이 생소했지만 새로운 학문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던 특별한 책이다. 솔직히 내가 서평을 쓸만큼 제대로 이해한 책은 아니지만 이런 멋진 학문이 있고 그 학계에서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장하석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가 있다는 얘기는 하고 싶었다.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역사와 철학 이야기가 얽히고 섥힌 얘기였고 어떤 대목에서는 일반 대중을 위한다기 보다 저자의 깊은 사유와 연구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의제는 과학에서 진리란 무엇이고,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적 해석이었다.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대 과학철학에서 핵심적인 주제인 실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원주의를 옹호한다. 단 하나의 진리가 지배할 법한 과학에서 풍요로운 다원성을 읽어내고 권장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정해진 ‘정답’을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한국의 주입식 과학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 책은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의 두 번째 책이기도 한데 상보적 과학이란,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지적 도구들과 관점을 사용하여 현재의 전문화된 과학에서 배제된 과학적 질문들을 탐구함으로써 과학지식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과학사-과학철학적 비전이다. 


“다들 알다시피 물은 H2O다. 또한 물은 양전기를 띤 수소와 음전기를 띤 산소의 정전기적 결합의 산물이며 전지를 사용하여 분해할 수 있다. 또한 물은 (무게 유일 시스템에서)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의 일대일 결합의 산물이다. 또한 물은 원소이며, 플로지스톤을 그 원소에 집어넣거나 그 원소에서 빼냄으로써 그 원소로부터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명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논리적 상호모순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이 명제들을 해석함으로써 단 하나의 명제만 선택하는 것을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 명제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고, 그것들 각각이 속한 실천 시스템들의 장점들을 환영하고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반부는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며 이어지는 두 장은 철학적이며 추상적이다. 각 장에는 깊이와 세부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세 개의 절이 있다. 특히 1절은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소개와 요약으로, 대중 과학서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부분이다. 2절에서는 저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다. 3절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세부사항과 예상되는 반론들을 살펴본다. 따라서 독자는 관심 분야와 배경지식의 정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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