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가축 살처분·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인문학
박종무 지음 / 리수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요즘 공장축산과 채식주의, 동물권과 관련된 읽을거리를 찾던 중 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저자가 쓴 책이 나와 반갑게 집어들었다. 특히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문체로 쉽게 정리한 일종의 생명 인문학에 대한 입문서 같은 형식이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었다.

저자는 인류의 질병관이나 공장식 축산, 잉여 농산물 출현, 미국의 그린 파워 전략과 신자유주의 등 폭넓은 주를 인간 중심주의의 한계라는 키워드로 명쾌하게 인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인간 중심주의란 자연의 생명체들과 인간을 별개의 존재로 보고 인간에게 일방적 우월성을 부여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나 역시도 이런 인간 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세상을 해석하고 있었고 동물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여덟개의 챕터로 이어지며 반려동물, 길고양이, 동물원 동물, 실험동물, 축산 동물 등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알아보고 건강한 가축까지 살처분 하는 어두운 진실과 가축 전염병에 대한 오해와 본질을 깊이 다룬다.
공장식 축산의 등장으로 육류의 가격이 낮아져 우리의 식탁은 풍부해졌지만, 공장식 축산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사육 과정에서 가축에 대한 존중을 찾을 수 없다는 점, 둘째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환경 오염의 문제, 게다가 이 배설물에는 사료에 첨가한 항생제가 잔류하여 토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세 번째 축산물 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과 불안정한 출하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한 공장식 축산의 발단이 잉여 농산물인 옥수수으로 시작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지속 가능한 축산의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며 진화론 다시 보기와 생명과 환경의 관계, 바이러스, 약육강식, 기후 위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읽어볼 수 있다.
오늘날 가축 사육 확대는 산림 벌채의 주요 요인으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열대림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산림 벌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파괴된 아마존 산림 지대의 70%가 가축 방목지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사료 생산에 쓰인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동물을 대하는 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향한 제언이기도 했다. “생물은 약육강식, 경쟁하는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생명 공동체인 공생명(共生命, communal life)이 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은 더 이상 인간 중심주의로는 기후 위기를 풀어갈 수 없음을 전하며, 결국 생명의 법칙 속에 그 열쇠가 있음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