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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ㅣ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평점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두번째 작가는 서장원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여기저기 문예지에서 인상적인 단편으로 이름을 기억하게 된 작가인데 이렇게 빨리 소설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아홉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등단작인 <해가 지기 전에> 부터 시작해서 아홉편 모두 2020년 이후에 쓴 따끈따끈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그려낸다. 책 소개 중에 올해 당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고 아홉편의 단편 중에 어느 하나 빠질 이야기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표제작이면서 책에서 맨 앞에 실려 있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가장 압권이었는데 퀴어적인 요소와 후반부 묘한 반전까지 있는 이야기였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친구가 어느날 주인공이 등단했다는 소식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연락이 오는데 그건 죽은 동성친구의 얘기였다. 이성과 결혼한 자신을 미혼의 동성애자로 착각하고 있었고 그 이유를 듣고 잊은 듯 하면서도 숨겨온 자신의 학창시절 비밀이 소설에서 이야기 되는 매력적인 단편이었다.
서장원의 등단작 <해가 지기 전에>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일몰 직전의 상황과 주인공의 심리 묘사 대목은 한참을 다시 읽고 머무르게 되었다.
기선은 쾌청한 하늘에 방금 전에 보았던 빛의 부스러기를 그려 보았다. ‘작고 초라하다.’ 그런 말밖에는 해줄 수 없는 빛이었다. 기선은 일몰을 기다리지 못하고 폭죽에 불을 붙이는 누군가를 잠시 동안 상상해 봤다. 심지의 끝에 불붙은 성냥을 가져다 대는 손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뒷모습을. 그리고 빛보다 더 오래 허공을 차지하고 있는 연기를. 차가 어느새 해변 도로를 완전히 지나쳐서, 더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도 시골에 내려간 중년 부부의 삶을 이야기하는 <해변의 밤>, 제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러 가다 늦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주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친구의 어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간 이야기 <이 인용 게임>, 아이 갖기를 포기한 부부가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의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등 다양한 주제와 소재가 다채로우면서도 서장원이라는 작가 고유의 스타일은 확고하게 이어지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