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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 - 한국전쟁, 양강 구도의 전초전
KBS 다큐 인사이트〈1950 미중전쟁〉 제작팀 지음, 박태균 감수.해제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1950 미중전쟁
작년에 실제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비주얼북이라는 멋진 형식으로 만든 책이다. 모르고 지나칠뻔한 흥미로운 다큐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TV프로그램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이 다큐는 한국전쟁을 지금의 미중 갈등으로 불거지는 양강 구도의 전초전으로 해석하는 색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한국전쟁의 배경이 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와 속셈, 판단을 낱낱이 해부했고 원작 다큐멘터리의 생생함을 풍부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책의 편집 흐름은 세개의 큰 챕터로 오판- 충돌 - 대치로 이어진다. 우선 각국이 참전했던 결정 자체가 오판이었다고 보는데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있던 남한을 침공하기로 한 생각 자체가 오판이었고 중국 역시 내전이 끝나자 마자 전쟁에 또 참여한 결정은 오류라고 본다.
미국이 한반도를 대소련 방위선에서 제외하자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둥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949년 봄 김일성과 스탈린이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38선 이남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중국의 공산화, 소련의 원자폭탄 보유라는 세 가지 변화가 동북아 정세를 흔들어놓은 것이다. 1950년 3월, 김일성은 다시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을 만났다. 스탈린의 생각도 달라져 있었다. 스탈린은 국제적 여건으로 보나 한반도 상황으로 보나 북한이 행동을 개시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스탈린이 생각하기에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을 제압했으니 이제 북한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중·소 동맹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고 원자폭탄을 보유한 소련의 위상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계 3대 동계전투 중에 하나인 장진호 전투를 비롯한 중공군 개입 이후의 전투를 리얼하게 재연한다. 미군의 최강 화력도 산악지형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중국군은 이미 국공내전으로 다져진 게릴라전의 베테랑이었다.후반부에서는 1.4 후퇴 이후 지루한 공방전의 원인과 의미를 이야기하고 정전협상에서의 중국, 소련, 미국의 속내를 알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어떤 생각으로 참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미군이 북상을 감행하자 10월 14일 중국은 중앙정치국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 자리에 참석한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는 출병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펑더화이는 미군이 평양-원산 인근에서 진격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군이 설정한 북진 한계선과 비슷한 라인이었다. 중국은 미군이 평양-원산 선에서 멈출 경우 중국군이 평양 이북 지역을 점령하게 되어 싸우지도 않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미군의 북진 한계선을 자신들의 국경선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책으로 보는 다큐멘터리라는 처음 보는 시도는 개인적으로는 취향저격이었고 페이지터너 소설 이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전쟁의 참상과 무의미함을 새삼스레 느끼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각인시키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