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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의 궤적 1~2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죄의 궤적
한때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작가였지만 한동안 작품이 뜸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 오쿠다 히데오의 7년 만의 반가운 장편소설이다. 언뜻 보면 여느 범죄스릴러 소설 중에 하나로 예상할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글의 묵직함에 놀라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학적 감수성에 감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정유정 작가와 김훈 작가가 반반 섞인 느낌이었고 일본소설에서 한국 작가의 스타일이 연상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건 멋진 번역도 한 몫했다. 궤적이라고 하면 물체가 움직이면서 남긴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자국이나 자취이자 어떠한 일을 이루어 온 과정이나 흔적 쯤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죄의 궤적>은 이 소설을 아주 잘 설명하며 주인공 우노 간지의 인생이자 그 궤적을 따라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실제 일본의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 특별한 반전이나 범인을 추리해야 하는 소설은 아니었다. 우노 간지가 범인이라는 내용은 스포일러라고 할 거 까지도 없고 그의 어릴적부터의 인생이 어떤 궤적으로 죄를 저지르게 되는지와 그를 추적하는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의 끈질긴 집념을 읽어볼 수 있다.
유괴라고 하면 범죄 중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최악의 죄질이지만 막상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노 간지에게 연민과 동정의 마음이 생기게 되고 싸이코패스와 범죄, 범죄자의 인생,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 등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64년 동경올림픽을 1년 앞둔 63년의 일본인데 그 시절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 소설은 초반부터 독자들을 몰입시켜버리는데 훗카이도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노 간지가 어떻게 도쿄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었는지를 풀어내며 모비딕 같은 멋진 해양소설이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에 조연이라기 보다 공동 주연 같은 형사 오치아이를 중심으로 한 경찰 수사 스토리의 흥미도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고 미키코라는 재일동포도가 등장하며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내 차별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어떻게 보면 실제 유괴사건의 전말을 담아내며 거의 논픽션 같기도 하지만 범인을 다 알고도 유괴사건특유의 그 긴박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요즘같은 시시티비나 스마트폰 데이터나 통화기록이 없던시절의 수사방식은 색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우노 간지의 불우했던 과거와 말을 듣다보면 이 소설이 왜 단순 범죄스릴러 소설이 사회파작가의 묵직한 메시지라는걸 알아차리게 된다.
“사형이 무서운 것은 아니에요 나는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마음이 무거워요”
“태어나지 않은 것이 더 좋았던 사람도 있어요 내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