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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불안한 사람들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믿고보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반가운 신간이다. <오베라는 남자> 부터 수년간 여러 책이 나왔지만 뭔가 진화하면서도 계속 신선한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신간 역시 그러했다.

이번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위 말하는 밀실추리영화가 연상되지만 그 자제만으로는 이 소설을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다채로운 설정들이 추가되어 어디서도 읽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소설 초반부에서 특별히 인물, 사건 파악한다고 시동 걸 필요도 없이 첫장부터 끝장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읽어지는 소설이다.
전작에서도 항상 그랬지만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유머코드와 과거와 현재, 여러 인물 각각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구조는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서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기가 차는 에피소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닌 소도시지만 스톡홀름 증후군이 나타나는 점도 재밌었고 그렇다고 마냥 흥미로 읽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약자들의 약자의 현실 풍자와 사회 비판도 엿볼 수 있었다.
새해 이틀 전날,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침입해 88만 원를 요구하지만 현금 없는 은행이었고 경찰이 출동하자 강도는 바로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 현장으로 도망치게 된다. 인질극을 연출하지만 결국 시민들은 무사히 풀려나고 범인은 사라진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여러명의 인질들과 경찰간의 대화로 여러 챕터들이 이어지고 각각의 인물마다 소설속 또다른 재밌는 에피소드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다. 여러 공개코미디나 영화 속에서 취조실을 배경으로 한 재밌는 상황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 일인지 잊어버린 사람이 아닌 이상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지는 못한다고….특히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인간이 되어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말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어른이 되고 서로 사랑하며 UBS 단자를 어떻게 꽂는지 알아내려고 애를 쓴다. 꼭 붙잡을 수 있는 것, 싸워서 지킬 것, 손꼽아 기다릴 것을 찾는다. 그럼에도 우리 대다수는 타인으로 남고 서로에게 무엇을 하는지 당신의 삶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모르고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