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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평점 :
구멍가게 이야기
아주 실험적이면서도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전라남도의 오십여곳의 구멍가게를 취재해서 쓴 구멍가게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역사책 전문인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왜 이런 책이 나왔는지 의아했지만 읽다보면 오래된 구멍가게 이야기에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단 걸 알게 된다.

특히 생생한 인터뷰와 구멍가게의 사진, 풍경들이 어우러지며 다양한 감성을 자극하고 책을 읽고 있지만 한편의 멋진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 했다.
“뭐든지 소식정보를 들으려면 여기를 와. 여기를 한 일주일간 빼먹잖아? 그러면 마을에서 초상나도 몰라. 오늘 뭐 결혼식 있어도 모르고. 여기서 정보가 흘러가고 정보가 나오고. 여기 와서 아저씨들이 ‘오늘은 뭔 일 없어요?’ 물어. 며칠 안 온 사람은 뭔 일 있었냐고 묻고. 옛날에 이장님들도 오면 오늘 죽산일보, 죽산소식 뭐냐고 그러고.”
또한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차태현과 조인성이 출연했던 <어쩌다 사장>에서 시골 구멍가게와 관련된 이야기를 봤던게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는 도시 사람인데도 이 책에 나오는 구멍가게와 마을들은 묘한 추억과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건 아마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너무나도 빠르고 편리하게 변해가고 스마트폰에 유튜브 동영상에 4차산업혁명의 세상에 젖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런 것들과 구멍가게는 정말이지 양극단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나오는 구멍가게는 그냥 생필품을 파는 편의점의 개념이 아니었다. 구멍가게는 택배대행, 은행, 술집, 놀이터 등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상의 역할을 해내는 멀티플렉스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소식 정보를 나누고 마을의 가치관을 전승하는 이야기판을 형성하며, 공동체와 바깥세계를 이어주는 연결점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구멍가게는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거리가 될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저자는 그런 구멍가게의 의미와 가치를 멋지게 뽑아냈고 거의 논문 같은 연구 수준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구멍가게의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4부로 이어지는데 구멍가게가 놓인 물리적 환경을 따라가면서 구멍가게가 담당하고 있는 여러가지 역할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구판장, 상회, 슈퍼, 마트,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구멍가게가 내건 다양한 상호와 간판을 분석하며 구멍가게의 과거와 현재까지를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구멍가게에 얽힌 생활문화사와 삶의 현장으로서의 구멍가게, 마을공동체 내에서 구멍가게의 의미를 논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