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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는 책 - 페미니스트 아내의 결혼탐구생활
박식빵 지음, 김예지 표지그림 / 푸른향기 / 2021년 3월
평점 :
이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는 책
제목부터가 발칙한 페미니스트 아내의 결혼탐구생활 에세이다. 그렇다고 진짜 이혼하고 싶을 때 펼쳐보는 책은 아니었고 솔직담백,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의 인생과 일상에서의 경험, 느낌, 생각 등을 재밌게 쓴 글들인데 그 흥미로운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여러가지 인생 담론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유쾌하면서도 거칠지만 유머러스한 문체가 이 책의 최고 매력이고 결혼에 대한 철학적 사유까지 묻어나는 특별한 에세이였다. 책의 구성은 네개의 챕터로 이어지는데 저자가 콩깍지에 빠져 결혼하게 된 스토리부터 결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기 부부를 TMT(투머치토커)와 키보드워리어의 만남이라 말하고 고부갈등과 남편 욕, 육아의 어려움, 부부의 사생활까지도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저자는 결혼은 정말이지 미친 짓이라고 까지 말하며 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죽을 때까지 죽을 둥 말 둥 치고받고 싸우려고 하는 것이 바로 결혼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이제 결혼생활에 적응하며 ‘너’는 ‘내’가 아님을, 너를 내가 원하는 입맛대로 바꿀 수 없음을,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예쁘다고 하지 마세요, 딸아, 공주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넌 멋지단다, 시로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의 육아, 페미니즘 성교육, 맘카페,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래서 페미니스트가 뭐 어쨌다고? 등 다채로운 페미니즘 에세이가 펼쳐진다.
저자는 특히 하나뿐인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어 하는데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 부부와 아이가 이루는 가정이 ‘정상 가족’이라는 생각은 그 범주 안에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폭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이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갔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핑크홀릭에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자아이들의 공주병을 고쳐나갈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반대로 남자아이들이 키즈카페에서 공주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는 엄마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한술 더 떠 엘사 드레스를 하나 사준다면 좋겠다. 누가 알겠나. 그 아이가 커서 세계적인 여성복 디자이너가 될지.
또한 배우자감을 고르며 이 남자와 결혼하면 이득인지, 손해인지 같은 조건을 따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고백하며 설사 조건을 따지더라도 그런 이기적이고,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조건은 목록에 넣지 말기를 조언한다.
남자는 절대 구원이 되어주지도 않았고, 어떤 사람에 기대어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때부터는 온전한 나를 찾는 방법은 조금씩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 일단 나 하나로 혼자 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