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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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책 제목이 뻔한 사랑감성글 모음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런 류는 아니다. 아내와 사별한 저자가 걷고, 떠났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눈물을 이겨낸 방법들을 쓴 글이었고 소중했던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뜨거운 위로이기도 했다. 



문학적 감수성이나 깊은 사유와 성찰이 묻어나는 문장들에 당연히 전문 작가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은행에서 오래 근무했고 외환은행 지점장을 지낸 후 은퇴한 분이셨다. 물론 1991년 한국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시같기도 했고 일기 같기도 했고 소설 같기도 했다. 


길지 않은 여러 글들이 엮여있고 멋진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는 이 책은 떠났다. 그리워했다, 걸었다. 가르치고 배웠다. 네개의 큰 챕터로 이어지는데 이는 저자가 아내와 사별후의 여정을 의미했다. 


나는 떠났다는 무작정 길을 걸으며 사무치는 아픔을 잊어보려던 저자가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낯선 이국의 땅에서 적응하는 이야기였고 동해안 해파랑길을 비롯한 많은 길을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그리고 아내가 살아 있을 때 함께 하자고 말한 아내의 꿈이 담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워했다에서는 아내가 있는 곳을 북극성으로 표현하며 애절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특히 아내의 치아 세개를 끝까지 묻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대목은 정말 뭉클했다. 

49일이 지나면 당신과 내가 자주 다니던 길목 어디쯤에 묻으려 했습니다. 49일이 지났지만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주머니 안으로 손이 갔습니다. 마치 각성제 같았지요.

당신의 1주기까지는 기다려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1주기, 당신 앞에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올렸습니다. 그러고도 상의 안주머니에는 여전히 봉투에 든 당신의 치아가 있었습니다.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수시로 만지곤 했습니다.



나는 걸었다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막도시 누쿠스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과 무늬를 받아들이는 한편, 아내와 함께했던 오지 여행의 추억들을 풀어놓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가 누쿠스의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슬픔과 그리움을 녹이는 모습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해피엔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우즈베키스탄의 사막도시 누쿠스로 떠난 저자는 코이카KOICA 국제봉사단으로서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을 통해 인생의 꿈을 노래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청춘들을 통해 살아갈 힘과 활력을 얻는다.


저자는 학생들 앞에 서면 나는 힘이 나고, 말에 생기가 돌고, 에너지가 솟구친다고 한다. 시간에 따라 육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신이 빛나는 순간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순간 때문에 나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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