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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김대식의 키워드
이미 여러 멋진 저서들로 만나봤던 김대식 교수의 신간이다. 이번 책도 인간 존재와 세상에 대한 질문을 붙들고 과학, 철학, 예술,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뇌를 파헤치는 이야기들의 묶음이다. 이번에는 좀 더 명쾌하게 키워드별로 그의 통찰과 혜안들이 정리 되었 있다
34개의 키워드는 동시에 34개의 질문이기도 했고 그에 대한 해답은 기존의 인류 문명이 연구해온 결과물들에 김대식 교수의 전공분야인 뇌과학, 뇌공학, MRI, 인공지능 등이 더해진 이야기들이어서 더 특별했다.

여느 인문학, 교양 서적들에서는 저자의 전공분야를 중심으로 어떤면에서는 편협된 얘기 같기도 한 경우가 있는데 김대식 교수의 강의는 정말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어 도출된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학자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감탄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이번 신간에는 최근 팬데믹 이후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들이 더해져서 그 대목에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팬데믹 자체 뿐만 아니라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음모론, 외로움, 죽음, 기계, 사랑 등에 대한 다양한 화두와 담론들을 읽을 수 있고 이런 서른네 가지 키워드를 읽다보면 어느새 국가와 인류가 당면한 현실 문제의 큰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초반부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는데 인간은 왜 원인에 집착할까였다. 과거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원인이라는 막강한 도구가 인간에게 주어졌다는 얘기다. 이 도구는 처음부터 직접 보고 만지고 확인할 수 있는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원인이라는 확신이 주는 심적 안심과 존재적 위로를 포기할 수 없었던지, 도시와 문명과 인터넷을 만들고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도 여전히 원인과 인과관계에 집착한다.
죽음에 대한 색다른 철학적 과학적 통찰이 흥미로웠는데 지금 인류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죽음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뇌과학의 발달로 내 뇌의 모든 기억과 정보를 다른 뇌나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고 죽어가는 나의 몸에서 잘라낸 나의 머리를 젊고 건강한 새로운 몸에 이식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죽음이 삶의 의미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다. 또한 죽음의 죽음은 ‘의미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무의미한 죽음이 가능하게 하는 의미 있는 삶과, 삶의 의미를 불가능하게 만들 죽음의 죽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또하나 이 책의 큰 매력은 60점의 회화와 사진 들이 파란색과 노란색의 이미지로 실려있어 오묘한 분위기의 박물관 하나를 관람한 기분이 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부터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등을 감상할 수 있고 특이한건 글자색들도 모두 파란색이란 점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제나 가득한 나약한 호모 사피엔스, 스스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의 미래가 이미 그들의 과거일 것이라는 믿음 아래 부모님과 전문가와 정부에게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아웃소싱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부와 선생님과 부모님보다 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우리는 또다시 미래 선택권과 판단을 아웃소싱하고 있기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21세기의 새로운 헨리 8세가 되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