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요즘 각 출판사마다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멋진 개정판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웅진출판사에서는 연작 자전 소설 두권이 출간되어 더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멋진 표지가 인상적이었고 한국 문학의 거목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이번 개정판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이현 작가와 김금희 작가의 서평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있어 더 반가웠다. 이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요즘으로 치면 오토 픽션 같은 박완서 작가 본인의 성장소설인데 1930년대 북한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고향 산천의 자연을 그리고 어린아이의 일상을 멋진 문학적 감성으로 그려내는 글을 즐겁게 읽을 수 있고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서민들의 삶을 어떠했는지도 상상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싱아는 박적골 산천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풀 이름이었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정이현 작가의 서평의 어떤 대목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홀로 목격한 자의 책무는 증언하는 것이다. ‘나’의 기억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찬란한 예감’이다. 그토록 처절한 현실 속에서 감히 찬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예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인간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하나,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찬란한 예감이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나는 되뇐다. 그리하여 우리가 박완서라는 작가를 가질 수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