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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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17년 전에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뒤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마침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가 개봉되며 멋진 표지로 새단장한 새 책도 나왔다. 


그 당시 주변 여자 지인들이 인생작이라고 감탄했던 것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인생작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소설 원작을 읽으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작가의 의도와 스토리의 의미를 제대로 맛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부끄럽게도 첫 단편과 두번째 단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가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닌걸 보고 이 책이 단편집이란걸 알았다. 아홉편의 단편이 엮여있는데 대부분이 여성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한국 소설이나 서양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나베 세이코 작가 특유의 분위기와 스타일이 돋보인다. 여성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남성 독자들도 읽어보면 여성들의 심리와 행동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고 그 점이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또하나 특별했던 점은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 나서 보니 단편 대부분이 연애이야기를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 그만큼 기존의 연애소설들의 뻔한 클리셰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책 소개 중에 주인공 여성들은 모두 연애를 ‘취미’로 즐기고 고급하고, 지적이며, 감각적이면서 소탈한 ‘취미’로서 연애를, 결코 그것을 생활이나 인생의 중심에 두지는 않지만 여가를 내 향유하듯 한다는 대목이 정확한 해석이라 공감되었다.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여자 주인공은 장애인이다. 어떤이가 비탈길에서 밀어버린 휠체어에서 조제를 구해준다는 설정으로 만나게되는 남자 주인공 츠네오와의 러브스토리가 단편인데도 장편 영화 전부로 그대로 담아내서 놀라웠다. 


둘은 동물원에도 가고 수족관도 간다. 그래서 제목이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다.


노랑과 검정이 만들어낸 강렬한 얼룩무늬가 움직일 때마다 햇빛을 받아 번득인다. 조제는 호랑이의 포효에 기절할만큼 놀라 츠네오의 옷자락을 잡는다. “꿈에 나오면 어떡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보긴 왜 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표제작 말고도 동생의 애인을 자기 애인으로 설정하고 주책부리는 언니가 나오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이혼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29세의 우네과 19세의 젊은 조카 유지의 살짝 충격적이면서도 색다른 관계를 그린 <사랑의 관>, 아줌마 같은 소박한 노처녀가 즐기는 삶과 성에 관한 <눈이 내릴 때까지>, 같이 별장에 여행가기로 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사흘째 오지 않는 남자와 혼자 별장에 오게된 여자 그리고 남자 대신에 별장에 오게되는 남자의 조카들 간의 이야기 <남자들은 머핀은 싫어해> 등 어느 하나 쉽게 넘길 수 없는 단편들이 꽉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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