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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철학 하기 - 다시 살아가고 배우기 위한 인문학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5
오하시 겐지 지음, 조추용 옮김 / 씽크스마트 / 2020년 11월
평점 :
노년철학 하기
시중에 다양한 철학 관련 책들과 입문서, 대중서들이 나오는데 이 책은 노년에 필요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한 철학과 인문학에 대해 말한다는데 의미와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인간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라고 해버리면 현역인 장년 세대와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앞길은 어둠으로 막막해져 버린다. 누구든 나이를 먹고 언젠가 죽게 된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말로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가? 70대, 80대, 90대 노인들이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나가는 존재다”라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갖게 되면, 청장년 세대가 노인들을 부정적,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살아가고 배우기 위한 인문학과 철학을 사유하고 배우고 연구해보자는 이 책의 의도가 맘에 들었다.
아책은 한일 양국의 학자 및 연구자가 2018년부터 합동으로 개최하기 시작한 노년철학 학술대회에서 시작되었다. 그중 일본동아시아실학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하시 겐지가 이 책의 저자이다.
나는 ‘70대 이후의 노인들이 “자신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사회적 역할론에 동의하고 오로지 노인만을 위한 철학이 아닌 미래 세대의 젊은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는데 의의가 있다. 고로 세대 간의 연결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년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책의 구성은 크게 네개의 장으로 이어지고 현대 일본의 노인문제와 일본 노인의 사정, 노후와 죽음, 여성적인 생사관이 초반부에 다뤄진다. 그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기업사회가 가져온 것과 동물신체, 식물생명에 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봉사로서 삶과 죽음이란 대목이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장에 우선 철학하라, 그리고 죽어라라는 제목도 색다른 영감을 선사했다. 노인문제, 노인철학의 키워드 중 하나는 ‘고독’이다. 고독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전 세대에 공통되는 문제다. 그러나 청소년과 달리 노인의 외로움은 고독사나 고립사와 직결된다. 고독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고독은 노인에게 한정되지 않지만, 노인의 외로움은 그 심각성이 젊은이 특유의 감상적, 독선적인 고독과는 크게 다르다. 노년기에 더욱 절실해지고 심각해지는 고독과 고립감은 고독사와 고립사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즉 생사관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년기를 맞이한 유명한 종교인, 학자, 작가들에 의해, 노후의 외로움을 권장하는 “혼자 철학”, “한 분”, “극상의 고독”, “고독의 권유”라는 고독을 미화시키고 찬미하는 유형의 책이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에키켄의 경우도 그렇지만, 그들은 측근들과 책 출판 · 강연이라는 사회적 행위를 통해 일반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 외로움은 고립과 자폐로 직결된다. 부질없는 이야기 또는 미화된 고독의 권장과 즐거움을 보통 일반노인으로 가장하여 흉내 낼 뿐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늙어가는 매일이 죽음의 바닥에 가로놓여, 죽음 뒤에도 세대를 위한 더 밝고 좋은 내일을 전망하고,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행복한 미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에 참여하는 열정을 절대 잃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실천에 힘쓸 수 없는 내밀한 정신수준에 머물렀다고 해도 정신의 방향성만은 언제나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