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필요한 날 -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김창기 지음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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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필요한 날 


수많은 명곡을 만든 그야말로 레전드인 동물원의 김창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요즘은 특별히 미디어에서 만나기 힘든 분인데 이렇게 근황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정신과 전문의로서 음악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글들이 신선하고 유익하기도 했다. 


널 사랑하겠어와 혜화동에서 부터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그날들 까지 전국민이 사랑하는 노래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곡 뿐만 아니라 여러 명곡들을 엄선해서 77개의 꼭지에 77곡의 명곡과 관련된 이야기를 엮었다. 


그 77곡은 다섯개의 큰 챕터로 분류된다. 제일 먼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란 주제로 〈혜화동〉, 〈Honesty〉 〈낭만에 대하여〉 등의 곡을 꼽았고 나와 세상 사이에서 균형 잡기, 혼자 생각하는 시간, 희망할 줄 아는 능력, 자유를 찾기 전에 할 일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상과 인생에서의 경험, 느낌, 생각을 쓰고 심리학적 의미까지 버무린 멋진 글들이 실려있다.


〈혜화동〉은 1988년 봄, 밴드 ‘동물원’이 한창 인기를 누릴 때 만들었습니다. 대학로에서 공연하던 어느 날, 오랜만에 고향 같은 혜화동의 ‘우리 동네’를 찾아갔습니다.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골목길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이었더군요. 그 골목에 서니 어릴 적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담장을 넘어간 축구공을 찾으려고 “공 좀 꺼내주세요” 하고 외치던 친구, 동네 형들에게 얻어맞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던 친구, 그 형들이 보여준 ‘빨간책’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며 함께 자란 녀석들…. 모두 그리웠습니다. 전화를 걸어 동네 골목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전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노래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사랑에 대한 노래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 , 윤종신 〈좋니〉, 엘턴 존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등의 곡을 골랐고 관계에 대해서는 보이즈 투 맨 〈A Song for Mama〉,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September〉, 조용필 〈고추잠자리〉, 이하이 〈손잡아 줘요〉 등을 꼽는다. 


 마음과 인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내면의 입자를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과 성장하고 발전하는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에 대한 사유들을 썼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고, 승패나 흑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처음 읽어보는 음악과 심리학의 콜라보가 흥미로웠고 소개되는 곡들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지만 노랫말의 울림을 새삼 느끼게 되고 심리학적 해석과 조언들이 인상적이었다. 


〈잊혀지는 것〉은 사랑과 인생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착각한 스물네 살 때 만든 노래입니다. 광석이가 불러줬고 요즘도 가끔 듣는 곡입니다. 〈잊혀지는 것〉을 들으면 제 어린 시절의 객기에 직면해 너무 창피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와 괴롭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잊힙니다. 그런데 나를 소중하게 대해준 극소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오래 살게 되죠. 조금 더 인내하며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서로의 치료자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를 잘 알고 기억하기 위해 깊이 보고 듣고 말해야겠습니다.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때, 타인도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평화와 윤리는 그런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헛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 뭐 있어!’라고 말하지만, 인생이 의미 있기를 모두 간절히 원하니까요.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인생을 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성공을 재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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