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지음, 박한나 그림 / 김영사 / 2020년 11월
평점 :
실험실의 진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등 수많은 과학책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 책은 특별히 그런 과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 대해 깊이 알아보는 과학책이다. 실험실의 역사부터 철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실험실까지 실험실의 모든것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또하나 매력은 삽화이다. 70컷 이상의 세밀하고 독특한 실험실을 소재로 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실험실은 과학지식이 태어나는 장소이고 호기심과 열정, 경쟁심과 연대감으로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며 역사를 바꾸는 조용하고도 치열한 혁명의 현장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연금술사의 부엌에서 최근 시민과학의 리빙랩까지 역사순으로이어지는데 제일 먼저 읽을 수 있는 내용은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그는 실험을 강조하고, 실험에 대한 자신의 이상이 담긴 가상의 공간 ‘솔로몬의 집’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했다. 뉴턴이 프리즘을 이용해 실험했던 서재나 갈릴레오가 경사면 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락방에 대한 이야기와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는 뉴턴의 실험실에 대한 대목도 흥미롭다.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는 비밀스러운 연금술이 아닌 목격자들이 보는 앞에서 실험을 수행하고, 그 디테일과 실패한 실험까지 모두 보고하는 실험과학이 태동했다. 그러면서 국가나 대학에서 지원하는 실험실, 대중 강연을 위한 실험실, 아이들을 위한 실험 키트 판매 등 실험실의 전문화와 대중화가 맞물려 다층적 변화가 일어난다.
실험실에는 인간과 비인간이 존재한다.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와 수많은 실험동물, 실험실이 생기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파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실험실의 모습을 살펴보는 마지막 챕터가 인상적이었는데 19세기 초반까지도 큰 틀에서 중세 대학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학에 실험실이 정착되면서, 대학은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웅웅 소리를 내는 기계가 돌아가고 화학약품의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 비슷한 공간이 되었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토목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의 실험실은 대학을 수도원에서 공장으로 바꾸었다. 대학은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웅웅 소리를 내는 기계가 바삐 돌아가고 화학약품의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진짜 공장 비슷한 공간이 된 것이다.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는 의미의 ‘리빙랩Living Lab’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실 공간이다. 리빙랩은 삶의 터전인 필드와 실험실의 하이브리드 공간을 만들어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그 속에서 연구자는 시민이 되고, 시민은 연구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