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 - 히든 히어로 앤솔러지
김동식 외 지음 / 요다 / 2020년 11월
평점 :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
요다출판사에서 나오는 세번째 앤솔로지다. 이번엔 히든 히어로 앤솔로지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테마로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엮은 기획인데 김동식 작가부터 김선민, 장아미, 정명섭, 차무진 등 색다른 이야기를 하는 핫하고 힙한 작가들이 모였다.
다채로운 악당들의 사연을 읽어볼 수 있는 단편 다섯편이 담겨있다. 히어로와 빌런의 모호한 구분에서 선과 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지만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김동식 작가의 작품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있었고 얼마전 빌런 작법서로 만나서 좋아하게 된 차무진 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이 책에 담긴 단편은 제일 먼저 김동식 작가의 시민의 협조부터 빌런 주식회사, 촬영은 절대 금지, 후레자식맨, 그리고 마지막 차무진 작가의 경자, 날다로 이어진다.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모인 것이다.
김선민 작가는 빌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빌런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빌런 역할이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든 그 사회 자체였습니다. 히어로와 빌런의 가짜 싸움을 통해, 타인을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부정적으로 갈취하는 사회적 구조를 숨겨진 빌런으로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김동식 스타일 그대로의 <시민의 협조>는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블랙 코스모스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필사의 사투로 어쩔 수 없는 지구를 구하는 행위가 결국 빌런의 행동이 되는 딜레마를 그려낸다.
빌런 주식회사에서는 히어로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되는 상황이다. “빌런이든 히어로든 내가 볼 때는 똑같아. 월급 안 밀리고, 계약 사항 잘 지키는 쪽이 히어로지.”
후레쉬맨을 패러디한 것 같은 후레자식맨에서는 미래의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신기술로 무장한 히어로들이 등장해 자경대 역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지막 경자, 날다에서는 슈퍼히어로와 히어로 슈트를 손에 쥔 평범한 여인의 심리전이 그려지고 선가 악에 대한 인상적인 대목들이 하이라이트였다.
누가 뭐래도 슈퍼히어로는 슈트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슈트 없는 영웅은 의인이지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자고로 펄럭이는 망토를 어꺠에 두르고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부끄러움을 무릅쓴채 형형색색의 팬티를 내복 밖에 입어줘야 한다. 마하의 속도로 날아도 포마드로 빗어 넘긴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아야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