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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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 모라


이 가을에 읽기 좋은 특별한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는데 문득 문득 시를 읽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이 소설의 저자 김선재 작가는 시인이자 소설가라고 한다. 


소설의 제목 노라와 모라는 사람 이름이었다. 


곤륜산에서만 자란다는 돌배나무의 라?. 그게 내 이름이다. 노가 성을 쓰는 덕분에 나는 그냥 노라, 띄어 써도 노 라, 다. 엄마는 자신의 임신중독으로 내 위의 아이를 태중에서 잃었다고 했다. 나에게 손수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들을 잃고 딸을 얻은 아버지였다. 


소설의 초반부에 주인공 노라가 자신의 이름부터 설명한다. 


노라의 아버지는 일찍 죽게 되고 노라의 엄마는 재혼하게 된다. 의붓아버지의 자식 이름이 모라다.


모라와 나는 7년을 함꼐 살았다. 산 밑에 집 우리는 우리가 살던 집을 그렇게 불렀다. 


그러다 20년 만에 모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모라야 모라. 양, 모, 라. 잘 지냈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그래도 한때 가족이었으니까…..


사실 계부가 죽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내가 전날의 통화에서 그 사실에 대해 캐묻지 않았던 건 관심이 없어서였다기보다 통화로 주고받을 사연이 아닐 거라는 짐작 때문이었다. 모라는 분명 계부의 죽음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것처럼 말했다. 돌아가셨어, 가 아니라 돌아가셨대, 였던 걸 다시 기억해 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숨 작가의 감상도 소설 말미에 실려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있고 없다.

노라의 말처럼 “있거나 없는 것.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곁에 ‘있었지만 없었던’ 존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애쓰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걸까.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소설이지만 뭔가 색다른 스타일과 느낌, 분위기가 내 취향이었고 소외된 인물들을 가족의 연으로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혈연과 서류로 묶인 가족이란 소재들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디에 속해있다는 안정감보다 혼자라는 자유가 더 편한 세상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개인들의 역사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특이한 캐릭터 같지만 나 또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을지도 모르는 노라라는 인물 설정이 매력적이다. 아이 딸린 과부가 되어 딸에게 냉담한 엄마의 영향으로 노라는 어른이 되어서도 매사에 무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말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기를 선택한 노라에게 언제부턴가 회사는 시끌벅적한 회식을 강제하고, 그 길로 노라는 회사를 관둔다.


한참을 읽다보면 이상하게 주인공이 노라에서 모라로 바뀌는 분위기에 살짝 헷갈리기도 한다. 소설에서 모라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라의 기억에서 발화되던 서사는 모라의 기억으로 치환된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일터에 나가는 아빠를 기다리며 보살핌 없이 지내야 했던 ‘모라’는 누구에게도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모라의 기억은 노라의 기억과 조금씩 같으면서 다르다.


내가 아는 노라답게 노라는 사진 한 장을 달랑 보내왔다. 내 글씨가 적힌 노라의 손바닥이었다. 나는 길고 가는 손가락을 쭉 펼친 노라의 손과 몇 개의 곡선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내 글씨를 오래 바라본다. 아주 긴 명줄을 가진 그 손바닥은 희고, 작다. 바닥을 기며 자라는 넝쿨이 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순간이 있다. 웅크리고 있던 어린 새들이 입을 벌려 우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생겨나는 세계가 있다. 나는 새로 태어난 우리들의 손바닥을 본다. 낯선 사탕을 아껴 먹던 언젠가의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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