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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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굉장히 반가워할 책이 나왔다.

시 한편 한편마다 관련된 정호승 시인의 이야기가 실린 산문집이다. 

직접 뽑은 대표 시 육십여편이 실려있고 간간히 그의 옛날 사진도 볼 수 있는 48년 시인생활을 총망라한 멋진 아이템 같은 책이었다. 


정호승 시인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필요없을 것 같은데 서문에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생각으로 정해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소개되는 시는 <산산조각>이란 시로 시인은 지금까지 13권의 신작시집을 출간했고 약 1천 편 정도의 시를 쓰고 발표했지만 그중에서 인생에 큰 힘과 용기를 주고 인생을 위로하고 위안해주는 단 한 편의 시를 꼽으라면 이 시를 꼽는다고 한다.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단 한 편의 시가 바로 이 〈산산조각〉라고 한다.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가 정호승 시인의 작품인지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시인은 실제 가끔 김광석의 목소리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듣는다고 한다. 들을 때마다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하는 부분에서는 깊은 울음이 솟고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는 박종철 열사일 수도 있고, 서른세 살 예수의 나이 즈음에 서둘러 세상을 떠난 김광석일 수도 있고, 이 시대에 핍박받는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시인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인생이야기 같은 산문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소개 중에 그의 인생이 시가 되어 맺혔듯 모두의 인생이 한 편의 시라는 시인의 메시지는 읽는 이들에게 가슴 먹먹한 위로를 선사한다는 문장에 동감했고 이제는 일흔이 된 나이듦의 성찰까지 만날 수 있다


나는 아침마다 사막을 묵상하면서 내 존재의 참모습을 느낀다. 나는 사막의 모래 한 알보다 못한 존재다. 그동안 내 가슴이 기름진 옥토였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나도 선한 눈을 지니고 사막을 건너가는 야생 낙타가 되고 싶다.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으며, 사막의 물이 되면 더 좋겠다. 그러나 사막의 신기루는 되고 싶지 않다.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아야 하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아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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