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자, 이야기를 품다
장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의자, 이야기를 품다
이 가을의 정취와 어울리는 수필집이다. 요즘은 대부분 에세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이 책은 왠지 수필이라고 말하고 싶은 글들이다. 저자의 다채로운 경험, 생각, 단상, 사유, 느낌, 인생철학 등을 담은 44편의 길지 않은 글들이 엮여있다.
특히 저자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쓰는 점이 매력이다. 책소개의 평중에는 이런 설명도 있었다. 하찮고 남루한 일상에 눈길을 주고, 따듯한 언어의 옷을 입혔다. 따라서 작가의 수필은 甲이 아닌 乙의 정신이 근간에 깔려 있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섬세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외롭고 병든 존재들, 변방의 사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배치했다. 작가의 글은 제도 바깥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수필에 대한 평소 생각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수필 쓰기는 그랬다. 탁한 생각을 정화해 글로 표현하는 일이었다. 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문학의 옷을 입고 고개를 들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슬픔에 넋을 놓고 안타까움에 가슴 졸이고 분노와 원망에 시퍼런 칼날을 세웠던 일이 바가지에 담기면 숙연해졌다. 출렁거리는 맑은 물이 목마른 이의 갈증을 풀어주듯 수필은 타들어 가는 목에 생명수가 되었다.
수필은 인생학이라고 했다.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말함이다. 현실은 과거의 족적이고 미래는 현실의 결과이기에 우리는 과거를 외면할 수도 미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장미숙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뭔가 후레쉬한 표현들에 정신이 번쩍들기도 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한문장 한문장, 한단어 한단어 선택까지도 매력적인 글이다.


오늘도 눈빛 사나운 사람들에게 패배한 나는 가만히 활자 속에 웅크리고 앉았다. 어느덧 친숙해진 글자들이 다가와 흘부들해진 나를 다독거린다. 세상에 이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다.
흘부들이란 단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왠지 그 뜻을 자연스럽게 알 것 같고 묘한 즐거움을 주는 단어 선택이었다.
에필로그의 사소함 앞에서 서성이다란 글도 인상적이었다. 그냥 스쳐가는 것들이란 일상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맘먹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본질을 알 수 없는 그것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심안과 혜안이 열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통찰력이라는 건 내게 요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일상의 사소한 것들 앞에서 마냥 서성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