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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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실제 의사 출신으로 드라마 종합병원에 자문을 하고 드라마 종합병원 2.0의 원작소설을 쓰기도 한 박재영 작가의 에세이다. 코로나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언젠가는 여행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들이고 글 자체만으로 유쾌한 여행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저자는 여행보다 여행준비가 훨씬 좋다고 한다. 동감되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래서 프로 여행준비러가 되기 위한 필독서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살짝 실망 할 수도 있는게 어떻게 하면 싸고 더 좋은 가성비 갑의 여행을 하며 교통편, 호텔, 비행기, 맛집을 잘 찾을지에 대한 정보는 이 책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명분 만들기에 대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여행준비의 기술 중 매우 중요한(어쩌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여행의 명분’을 만드는 일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많지만, 여행에는 숱한 제약이 따른다. 그러니, 너무 열심히 일만 하다가 여행 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별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다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책감(너무 자주 놀러 다니는 게 혹시 아닐까, 이 돈을 저축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등등)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성실한 자세로 여행의 명분을 미리미리 쌓아야 한다. 그래야 더 자주 떠날 수 있고, 떠났을 때 더 당당하게 놀 수 있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찾아오는 시점을 기념하는 것이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건 어렵다 하더라도, 결혼 5주년, 10주년, 20주년, 25주년 기념일이나 30세, 40세, 50세, 60세 생일은 여행을 떠날 충분한 명분이 되지 않나. 생일을 10년에 한 번 기념하는 건 너무 띄엄띄엄이 아니냐고 생각할 필요 없다. 부모님 생신과 배우자 생일도 있고 아이들 생일도 그냥 지나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입사 10년, 20년도 자축할 만하고, 자녀의 초·중·고, 대학 졸업도 좋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성취’를 기념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뭔가 대단한 걸 이루기는 쉽지 않으니, 적당히 만만하면서도 적당히 어려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나 주변 사람을 치하해줄 수 있는 뭔가를 목표로 설정하고, 그걸 이룬 기념으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거나, 악기를 배워 한 곡을 끝까지 연주하게 됐다거나, 책을 한 권 냈다거나 하면 여행을 떠난다. 기쁜 일을 여행으로 자축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명분을 세워두면 오히려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일거양득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나름의 유용한 팁을 읽을 수도 있는데 가보니 참 좋았다는 곳으로 덴마크의 포레스트 타워, 미국의 폴링타워, 일본의 나오시마, 미국의 키 웨스트, 스페인의 아이구아블라바, 노르웨이의 플롬, 미국의 레이건 도서관, 케네디 도서관을 꼽는다. 


가서 먹으니 참 좋았다는 곳도 소개하는데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라셰브르 도르, 도푸야 우카이, 베누, 와쿠 긴, 안 꿔이띠우 쿠아까이, 코노바 몬도를 꼽는다. 



마지막으로 가보면 참 좋겠다는 곳도 나온다. 더웬트 연필박물관,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 낸터킷섬, 우수아이아, 탈리스커 양조장, 스카이섬, 벤쿠버 선샤인 코스트, 마요르카 섬, 코르시카 섬이 소개된다. 

자동차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주 목적지가 어떻게 정해졌느냐에 따라 첫 단계가 다르다. 지도에 별이 많이 찍혀 있기 때문에 목적지로 간택된 경우라면, 그 별들을 다시 살펴보고, 책꽂이에 있는 가이드북도 다시 펼쳐보고, 인터넷 검색도 추가로 더 하면서 더 많은 별들을 찍는다. 학회나 출장 등의 이유로 목적지가 정해져서 그 주변에 별이 하나도 안 찍혀 있는 경우라면, 일단 서점에 가서 책들을 산다. 최소 두세 권은 산다. 그 책들을 훑어보면서 관심이 가는 곳들에 별을 찍는다. 별다방에서 별을 모아서 매년 연말에 받긴 했으나 주로 커피 잔 받침으로만 쓰이던 다이어리가 이때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관심이 많이 가는 곳들은 종이에도 메모를 해나간다. 그다음엔 별들을 이어야 한다. 갈등의 순간이 시작된다. 어떤 별들을 잇느냐에 따라 타원형이 그려질 수도 있고(이러면 숙소를 최소 세 군데쯤 찾아야 한다), 눈송이 모양이 그려질 수도 있다(이때는 숙소가 한두 곳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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