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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 입사 동기 부부 기자의 평등육아 에세이
임아영.황경상 지음 / 북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경향신문의 입사 동기 부부 기자의 평등육아 에세이다.
에세이지만 뭔가 기자 출신 작가라서 그런지 르포, 기획기사 같기도 한 글이라서 여느 육아 에세이의 진부함이 없어서 좋았다. 본인들의 솔직한 육아분투기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었고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쓰는 세상이 곧 올 것 같은 희망이 보였다.

책의 내용은 남편이 육아휴직을 결정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이어서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의 리얼한 육아 스토리가 펼쳐진다. 책의 구성은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는 6개월 동안 두 사람의 일상, 단상, 생각, 경험들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더해서 남편이 회사로 복귀하고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보게 되는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남자의 육아휴직, 그리고 육아와 가사의 남녀 분담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남편들과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이 읽어봐야 될 책이겠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는 게 보편화되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절반의 몫을 하는 게 당연한 사회 분위기가 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두렵고 덜 힘든 일이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중요하다고 말하고 한편으로는 신성시하기도 한다. 저출생이 지속되면서 더욱 그렇다. 막상 전담해보니 육아가 사회적으로는 그다지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이고,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는 순간 아이를 돌보는 사람도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 입장이 된다. 우리 사회가 다른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처럼 아이를 기르는 사람에게도 너그럽지만은 않다.”
진지한 육아정책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육아 일상과 관련된 따뜻하고 공감되는 아름다운 에세이 그 자체이기도 한 책이다. 기자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문학적 감숫겅까지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들이었다.


“번쩍 들어 안아주니 녀석이 내 품에 폭 안긴다. 폭 안긴 녀석을 안고 봄날 가로수의 연둣빛으로 가득한 교차로를 바라보고 서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인생의 짧은 순간은 그렇게 간다. 그날따라 이준이는 어린이집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며 울었다. 울지 않아도, 녀석이 ‘빠빠이’ 하며 손 흔드는 모습만 봐도 늘 가슴이 아팠다. 녀석의 손은 늘 내 가슴을 휘저어놓곤 했다. 아, 그냥 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 전체를 봐선 더 나은 일 아닌가.”
결국 남편과 아내는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배웠고 저자의 그런 사유들이 이 책에 담겨있었다.
육아의 세계에 발을 푹 담근 아빠는 비로소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있는 일이 결코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거나 주류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되고, 남편의 육아휴직으로 역할을 바꿀 기회를 얻은 아내는 ‘남편이 육아휴직한 뒤 진짜 동지가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