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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 2020년 9월
평점 :
비거닝
채식주의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열명이 각자의 글을 쓰고 엮어서 만든 책이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만 비건 방향으로 옮겨가보자는 정중한 제안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에는 비건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조금은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다.

그만큼 급진적이거나 뜨거운 감정으로 하는 얘기가 아닌 독자들이 멋진 초대를 받는 이야기였고 논리적이고 어떤면에서는 과학적이기도 한 내용들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책의 구성은 열명의 필진들의 글이 차례로 이어지는 방식이고 에세이 같은 자신의 이야기와 채식주의가 필요한 이유와 제안들이 버무려진 이야기들이다.
제일 먼저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 저자의 글로 시작된다. 버터 좀 주시겠어요?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채식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버터가 어떻게 채식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는지 유쾌하게 소개한다.



입은 쉽게 경솔해지고 모순을 실천하는 신체다. 타인에게는 엄하면서 나 자신에게는 대충 관대해지는 신체가 입이다. 생태와 다양성, 종차별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나의 입으로 여전히 버터가 들락날락한다. 상대적으로 전보다는 확실히 버터 소비를 ‘줄였다’. 그러나 종종 실패한다는 고백을 안 할 수 없다.
완벽한 소수가 투쟁하고 희생하는 사회보다는 불완전한 다수가 연대하는 사회가 구조를 바꾸기 더 쉽다며, 실패하면 또 작심하자는 아주 맘에 드는 명언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의 글에서는 조금 충격적인 불편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지구에 사는 870만여 생물 종 중에서 인간의 식사를 감당하는 데 지구가 통째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육상 면적 전체에서 사막이나 빙하 등 황무지를 제외한 살 만한 땅이 71%인데 그 중 절반을 농업이 차지한다. 이는 계속 늘고 있고 90%의 어장이 남획된 바다 얘기도 해야 한다.
그녀의 음악을 참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어느 불량 비건의고백이란 글도 실려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매번 옳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삶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기에 완전할 수도, 완벽할 수도 없다. 매번 옳지 못해서 포기하는 것보다는 틀릴 때가 많아도 계속 그 방향으로 향해 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지금도 어디론가 가고 있을 자신과 누군가를 위해, 속도가 다르지만 힘을 보태는 과정은 필요하다. 죄책감과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부족해도 노력하는 비건들의 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외에도 영국의 환경운동가 조지 몽비오의 육식이 지속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글이 있고 윤리교육과 교수 김성한은 우연히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번역하는 바람에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육식이 역겨워서도 아니고, 건강에 해가 되어서도 아니며, 단지 그것이 옳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식으로, 주말에 밥하기 귀찮으면, 영화 보면서 입이 즐거울 것을 찾는다는 이유로 심심하면 시키던 치킨은 우리 집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하는 신소윤 한겨레 기자의 글을 읽고 나고 치킨을 끊어야 되나하는 고민에 빠졌고 박규리 저자의 회색 채식인이란 개념에 혹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조한진희의 글도 집중해서 읽게 되었는데 채식은 개인에게 갇혀서 작동하는 영역이 아닌 계급, 빈곤, 장애, 성별, 민족, 전쟁, 종교, 문화 등 사회의 여러 요소가 매우 복잡하게 작동하는 정치적 영역이란 주장을 한다. 채식을 개인의 욕망과 선택만의 문제가 아닌 적극적으로 비인간 동물이나 지구와의 ‘연결성’을 고민하듯, 채식 앞에서 자신의 ‘위치성’을 더욱 다층적으로 고민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