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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 - 문장의 왕국 조선을 풍미한 명문장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
SNS에는 혐오와 인격모독에 저급한 문장들이 범람하고 미디어는 또 그런 문장들을 보도하는 세강에 보석 같은 책을 만났다. 문장의 왕국 조선을 풍미한 명문장들을 소개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의 문장들 자체만을 감상해도 좋고 지금 세상에 시사하는 바로 읽는 독자 스스로 쓰는 문장들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책이다.

저자 백승종 교수는 정치, 사회, 문화, 사상을 아우르는 통합적 연구, 통사와 미시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접근으로 다양한 주제사를 집필해온 국내 역사학계에 미시사 연구방법론을 본격 도입한 선구자로, 문장가란 시대를 이끌기도 하였으나 때로는 시대가 문장을 북돋우다가 문장가를 질식시키기도 하였다고 말하며 이 책에서 스무명이 넘는 조선의 문장가들과 우리를 이어준다.
저자는 그들의 마음과 지혜를 헤아리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고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문장에서 섬광처럼 빛나는 역사의 진실을 놓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책은 ‘문장의 시대’와 ‘시대의 문장’ 두개의 큰 챕터로 나뉜다. 훌륭한 문장은 시공을 뛰어넘는 불변의 힘을 갖고 있다. 지혜와 통찰이 깃든 문장은 그를 만나는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문장에는 인류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위대한 힘이 있다. 시대의 조류야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다. 그에 발맞춰 문장의 형식도 바뀌겠지만 그래도 좋은 문장이 아주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어질고 아름다운 문장에 깃든 위대한 힘, 영혼을 뒤흔드는 그 힘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머나먼 미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이끄는 한 줄기 빛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장가들을 나열해보자면 이색, 박팽년, 김종직, 허균, 이익, 최한기 등으로 그들의 옛 문장을 혼자서 이해하고 감상하기는 쉽지가 않다. 백승종 교수는 이 책에서 그간 쌓아온 역사 지식을 총동원해 문장가들의 삶과 사유를 들여다보고 예리한 통찰로 문장이 등장한 배경을 해설한다.
1부 ‘시대의 문장’에서는 고려말과 조선 건국 초기의 난세에 문장가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제자 정몽주에게, 반대파의 거두 송헌 이성계에게, 괘씸한 제자 정도전에게 화해를 청하며 등의 글이 마련되어 있고 정몽주와 이색을 논해보는 글도 읽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세종대왕이 기른 실용적 문장가들과 성리학 전성기의 문장가, 실학 시대의 문장가, 개화 시대를 연 문장가들을 이어서 만나본다.


2부 ‘문장의 시대’에서는 훈구파의 거두이자 문단의 거장 서거정이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남긴 소탈한 한시, 옛 문인의 초상화를 벗 삼은 허균의 우정담, 난세를 외면하지 못한 문장가 권필과 백인걸의 피어린 상소문, 티끌세상을 버리고 유불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김시습,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과 유성룡의 절절한 우의, 한중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한 홍대용 등 문장에 실린 세상의 다양한 얼굴을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근대의 여명을 밝힌 혁신의 문장가 최한기의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
만약 문자를 하나로 통일한다면 어떠할까. 피차의 사정이 통하여 서로 화해할 방법이 생기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방법도 충분히 갖추어질 것이다. 또 서책을 깊이 연구하여 글의 뜻을 파악하는 데도 장애가 사라지게 되리라. 문자도 서로 나뉘어 분열하는 것을 피하고 모두 화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