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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평점 :
환상의 동네서점
일단 배지영 작가 이름이 반가웠다. 몇달 전 <도슨트 군산>이란 책을 읽고 군산 지역의 특별한 작가란걸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찍 새 책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전작에서 좀 더 알고 싶은 작가였는데 이렇게 풀스토리를 읽을 수 있게 만든 책이라서 더 좋았다.

배지영 작가는 요즘 스무 살부터 드나든 군산 한길문고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상주작가로 일하고 있다. 서점직원인 동시에 책 쓰는 작가란 말이다. 요즘 도서정가제 개정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기도 하다.
대형 서점이 지역 서점을 제압한 시대에 군산에는 30년 넘게 꿋꿋이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한길문고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몇년 전에 군산에 홍수가 났을 때 사람들은 10만 권의 책과 함께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한길문고로 모여 하루 100여 명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 넘게 힘을 보태 온갖 오폐물이 뒤엉킨 서점을 말끔히 치워준 레전드 미담이다.


책 제목 <환상의 동네서점>의 동네 서점이 바로 이 한길문고 였던 것이다. ‘동네서점 상주작가’라는 제도도 흥미로웠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덕분에 생긴 직업이라고 한다.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 4대 보험과 월급을 주고, 작가는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책에 스무편이 넘는 이 환상의 동네서점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을 읽을 수 있다. 배지영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한길문고를 배경으로 한 TV 다큐 프로그램이 연상되기도 한다.
동네서점을 사랑하는 독자와 전국의 동네서점 운영자들이 특히 즐길 수 있는 책이었고 동네서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멋진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기가 사는 동네의 동네서점을 찾아나설 것 같다.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는 저자의 남편이 아이디어를 준 기획이었는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오랫동안 책 읽는 어린이를 뽑는 대회다. 독서하는 아이들로 꽉 찬 서점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까 너무 근사했다.
“전국적으로 서점 없는 동네들이 많아졌어. 그런데 2014년에 도서정가제가 강화 시행되고 나서는 동네서점도 해볼 만하게 된 거야. 온라인서점하고 책값이 크게 차이 안 나니까 독자들은 동네서점으로 오시잖아. 지금처럼 도서정가제 하고 나서는 특색을 가진 동네서점이 전국에 엄청나게 늘었어. 군산도 월명동에 ‘마리서사’, 독립책방 ‘카페미원동조용한흥분색’이 생겼고, ‘그림책앤’처럼 취향을 반영한 서점이 문을 열었잖아.”

서점 밥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작가 초청 강연회라는 것을 해봤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동네 사랑방도 되고, 초보 글쟁이들의 토론장이 되고, 선배 글쟁이들과 만남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만 존재했던 책방을, 이제는 실제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