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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평점 :
재밌게 읽히는 숨막히는 전개에서는 흥미로운 웹소설이나 웹툰의 이야기만을 읽는 느낌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십계명의 키워드들과 연계되는 연쇄살인의 패턴과 살인범들의 심리들에서 인간의 존재와 욕망 등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심오함도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

단지 살인마에 단지는 only, just 가 아니라 finger cut 이다.
세븐이 연상되는 연쇄 살인마 소설이다.
미국 FBI의 기준에 따르면 연쇄살인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심리적 냉각기를 두고 세 건 이상의 살인이 이어져야 한다. X,Y,Z, 세 개의 좌표가 있어야 3차원 공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종일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현대인의 손가락의존증은 심화되고 있다. 손가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는 현대문명에 대한 완강한 거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경고를 점층법적 절단 의식에 담은 것이다. 과격하게 전하는 순수의 메시지, 단지 살인마는 기술 진보를 부정하고 문명사회를 혐오하는 21세기 유나바머가 아닐까?
증권맨인척 하며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찾아 살인하는 주인공은 혼자살며 집에서 주식 전업투자를 한다. 앞서 주인공이 하지 않은 네 번의 연쇄살인 사건에서 손가락 절단이 한개에서 네개까지 늘어나는 패턴을 찾아내고 자신의 범죄를 연쇄살인사건의 일부로 가장시킨다.
그러다 자신의 사건을 목격한자가 여섯번째 살인을 하게 되고 스토리가 더 복잡한 두뇌게임이 될수록 독자의 즐거움은 증폭되는 소설이다.

싸이코패스적 손가락 절단을 서술하는 대목
강력한 절삭력을 자랑한다는 독일제 7인치 니퍼는 새끼손가락 하나 깔끔하게 잘라내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장비 탓만 할 수 없었다. 니퍼 날이 살과 뼈마디를 파고드는 감촉이 그립에 고스란히 전해지다 보니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니퍼질이 거듭 될수록 랜턴 조명 아래 무대는 혐오스럽게 변해갔다. 그렇다고 구역질이 난다거나 고개를 돌리고 싶은 심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점점 더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억지웃음을 머금고 이깟 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흙바닥에 떨어진 손가락이 통통한 애벌레처럼 보였다.
주인공의 버킷리스트
밤새 오로라 보기, 설경을 바라보며 온천욕, 콜로라도 로얄 고지 현수교에서 번지점프, 흰긴수염고래 만나기,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완독, 이스터섬 모아이와 셀카 촬영, 윔블덤 결승전 직관, 알함브라 궁전 앞에서 클래식 기타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연주, 민간 우주여행… 냉장고 문에 노란 포스트잇이 나비 떼처럼 팔랑거렸다.
자신의 범죄를 목격한 협박범과의 게임
1.순순히 돈을 건넨다
2.해외로 도피한다.
3.자수한다.
4.맞짱을 뜬다.
주인공은 4번을 선택했다.
당나귀의 허리를 부러뜨린 건 마지막 지푸라기일까, 그 전에 실려 있던 임계치의 짐일까? 당나귀는 어느 쪽을 원했을까?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짐을 지고 꾸역꾸역 목적지까지 가는 것과 그냥 부러지고 끝내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