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침묵 박물관


오랜만에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장편 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 <침묵 박물관>을 읽고 맘에 들어 전작들을 검색해보니 열편도 넘는 소설들이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일본소설이라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배경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익숙한데 이 <침묵 박물관>이 그러했고 미스테리한 요소들이 흥미를 북돋아서 가독성도 뛰어났다.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 일을 하게 되며 ‘나’가 그 마을에 기차를 타고 내리면서 시작된다. 노파가 세우겠다는 박물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골동품 전시관이 아니었다. 노파는 이렇게 말한다. 


조상들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멋대로 사 모은 물건들을 도대체 누가 좋아하겠어? 아무도 관심 없어. 기껏해야 아 진귀해 어머 아까워라 하고 호들갑 떨면서 진열장에 더러운 지문이나 남기겠지.


소설은 이 노파와 일하게 되는 나와 양딸인 어린 소녀, 친절한 정원사와 가정부가 등장하고 노파의 의도는 마을에서 죽음으로 떠난 자들의 유품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결국 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응축된 유품들을 수집하는지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고 더해서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며 도저히 책을 중도에 덮을 수 없게 만드는 궁금증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노파가 열한살때 부터 수집했다는 죽은 사람의 유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목은 어떻게 보면 아주 으스스한 공포와 어둠이 연상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비롭고 따뜻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며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친구 흉내를 내면서 장례식장에 가거나 한밤중에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도 이제 부실한 다리로는 힘들어 앞으로 유품수집은 자네 일이야 


그러다 처음으로 주인공은 마을에 부고 소식을 듣고 유품을 가져와야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장례식은 일종의 축제야. 지루한 일상에 불쑥 끼어든 죽음이라는 사태 앞에서 다들 흥분해 호르몬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냉정을 잃게 되지. 그런 때는 옆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상복만 입고 있으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명심해 주뼛거리면 안돼 연기할 생각은 하지 마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치는 심해어처럼 유연하게 행동하는 거야


소설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스토리 속에서 고즈넉한 마을의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묘사하는 대목들의 문학적 감수성도 일품이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울고불고 기도했지만 겨울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산의 색깔, 개울물의 흐름, 광장의 시계탑 그림자, 수도원의 종소리….어느새 겨울은 그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살인사건에 대한 긴장감은 고조된다. 


그녀는 평소처럼 저녁 7시에 퇴근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택과 반대 방향인 양계장의 작은 창고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당연히 유두는 잘려나간 상태였다. 


자세한 결말은 스포일러 때문에 생략하지만 충분히 기대하고 끝까지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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