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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헤르만 파르칭거 지음, 나유신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평점 :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선사시대를 다룬 역사책이다. 아프리카, 유럽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북극,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까지 전세계 모든 지역의 선사시대를 연구했다. 기존 역사책은 문자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책은 문자발명까지의 인류역사를 다룬다. 그래서 고고학 책이기도 하다.

나는 처음 들어보지만 학계에서는 독보적인 권위자라고 하는 독일의 헤르만 파르칭거의 역작이다. 책을 보며 연구분량이 엄청나서 감탄했고 이걸 또 번역한 분도 대단하다 싶었다.
어떤 한 지역의 유물을 바탕으로 제한된 지역의 역사를 추리하는건 상상이 되지만 이 책처럼 전세계 수천 수만개의 유물들을 바탕으로 전인류의 역사를 풀어내는 초고난이도 퍼즐를 어떻게 맞춘건지 믿기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90%이상이 추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멋진거다. 그 추리해가는 과정과 도출된 해석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특히 선사시대 인간의 상상력을 유추하는 대목들이 인상적인데 개별적 정체성, 사유재산, 사후세계에 관한 의식의 등장, 영토와 지배 같은 추상적 개념들이 등장한 배경을 알게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선사시대 기간은 700만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고작 3000년 정도 일 것이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에 대한 분석이 언급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로부터 근동과 유럽으로 진출할 때도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되지 않은 공존 상태였다. 최근의 유전자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우세한 점은 추운 지역에서 잘 생존한다는 것, 성적으로 더 조숙해 생식율이 훨씬 뛰어났다는 것이다. 기원전 4만 년에서 기원전 1만3000년 사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마침내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이유다.


호모 사피엔스의 식단엔 확실히 어류가 있었다. 뼈로 만든 작살이 이를 말해준다. 투창가속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근대까지 사용된 대단한 무기로, 호모 사피엔스가 사냥 전략의 최적화를 위해 개발했다. 이에 견줄 만한 또 다른 업적은 개를 길들인 짐승의 가축화다. 아울러 바늘의 발명 역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걸로 인간은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초반에 원시 호미니드, 호모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엔스로 이어지는 흐름을 한번 훑고 나서 각 지역별로 파고드는데 서남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유럽, 고대이집트 이전의 나일강, 사하라, 갑카스, 인도아대륙, 동아시아를 거쳐 오세아니아와 북극을 거쳐 북아케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초기문명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마무리 짓는다.


물론 여러세대를 거쳤겠지만 시베리아에서 베링육교를 건너며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들을 사냥해 먹으며 해안선을 따라 캐나다에서 지금의 캘리포니아를 거쳐 멕시코 파나마를 지나 남미 칠레해변까지 이동한 조상들의 그 스펙타클했던 일상에 대한 상상력에 수많은 재료들을 공급해주는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