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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제왕업
인터넷소설로 중국에서의 인기가 상당하다니 난 좀 늦게 알게 된 편이다. 솔직히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정말 한국 웹소설 만큼이나 술술 넘어가는 이거야 말로 페이지터너구나 싶었다.
스토리는 정말 중국다운 대하드라마 100부작이 연상되는 뻔한 사랑, 영웅, 왕실 얘긴줄 알면서도 도저히 손ㅇㄹ 놓을 수 없는 읽는 즐거움과 책을 들고 있는 그 순간의 희열이 대단한 책이면서도 뭔가 즐거운 아이템이라고나 할까?
황권이 약화된 틈을 타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영웅들의 피 비린내 나는 각축전은 삼국지를 연상시켰고 
금지옥엽으로 보살핌만 받던 한 여인이 점차 권력의 비정함을 깨닫고 지독히도 사랑하는 한 남자와 패권을 위해 나선다는 여걸의 성장스토리는 뮬란이나 겨울왕국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방대한 스케일의 호쾌한 무협은 홍콩 무협영화들, 와호장룡…
역시나 이 작품은 1980년생 여성작가 메이위저의 데뷔작답게 남성 작가와는 다른 신선한 매력이 느껴지고 떄론 남성작가 뺨치는 선 굵음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장쯔이가 주연했다는 드라마가 얼마나 이 장대한 스케일을 구현했을지 확인해보고 싶다. 아마 국내 케이블TV에서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 소설의 1편인 이 책에서는 당대 최고 문벌세가 랑야왕씨의 고귀한 딸이자,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는 여인, 왕현에 대한 스토리가 메인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궁궐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황제와 황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으며, 아름다움과 존귀함, 재주와 청매죽마의 연인까지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황실 내 권력 다툼과 변방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서로 연모하던 황자와 연을 끊어야 하고 자신은 존귀한 존재가 아닌 한낱 가문을 위한 정략결혼의 도구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더 강해지고자 다짐하며, 왕현은 이미 지난날의 연약한 여인에서 철의 여인으로 변모한다. 세상의 권력자들이 감히 그녀를 얕보지 못하게, 그 누구도 그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천하를 손에 쥐고자 정략결혼에 동의하게 된다. 마침내 혼례가 있던 그날, 그러나 변방의 반란 소식에 생면부지 남자는 혼례에 얼굴도 비추지 않고 급히 떠나버리고, 그녀에게도 감히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죽음의 칼바람이 불어닥친다. |

시든 꽃은 미인처럼 박명(薄命)했다.
팔자를 잘못 타고났고, 길을 잘못 택했고, 사람을 잘못 만났다.
팔자를 잘못 타고나도 운명에 순응하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일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가장 가엾은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품은 뜻은 높지만 타고난 팔자가 더없이 기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걸음마다 가시밭길이 펼쳐져 뚫고 나가지 못하면 그 자리에 갇혀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년 시절의 꿈은 이미 이루고도 남았다. 겨우 집금오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번왕의 지위도 그의 웅대한 포부를 잡아맬 수는 없을 것이다.
타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나는 잠시 불안을 느꼈으나 이내 미소를 머금고 탄식했다. “광렬황후(光烈皇后, 광무제의 두 번째 황후, 음려화)도 광무황제를 따를 수 있었으니 그 인생이 헛되지 않았지요. 그 옛날, 미녀를 데리고 천하를 평정한 영웅의 삶은 얼마나 통쾌했겠어요?”
소기가 큰 소리로 웃어젖혔다. “이번 원정에 당신이 함께해주니, 이 사실을 광무황제가 안다면 그 또한 나를 시기할 것이오!”
눈앞에는 도도한 강물이 흐르고 드넓은 천지가 펼쳐져 있었으나, 그의 눈에 담긴 호기는 이 장엄하고 화려한 강산조차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