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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희망이 삶이 될 때> 사실 이 책 제목의 첫인상은 참 진부했다. 투병일기, 시한부선고 같은 소재는 영화 드라마만 해도 넘쳐날 정도다. 근데 맛상 이 책을 읽어보면 소설이 아닌 처절한 논픽션이었다. 하지만 이걸 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고 일단은 주인공이 죽지않고 잘 살고 있는 해피엔딩이라 아름다운 에세이 이기도 하다. 또한 의학전문용어가 난무하는 희귀병과 그 치료법을 쫓는 의학 스릴러이기도 하다. 추가로 여자친구 케이틀린과 나눈 사랑의 마음이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되기도 한다.

책의 핵심 줄거리는 시한부 의대생의 캐슬만병 치료법 찾기이다. 아마존에서 분야 1위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읽는 재미는 확실하고 감동과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소중한 것들이 선명해진다”라는 교훈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 실제 스토리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파젠바움은 풋볼팀의 괴물 같은 쿼터백이었으나,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의대생이 되었다. 임상실습 시험 마지막 날, 사타구니에서 무지막지하게 커진 림프절을 발견하고 정신을 잃기 직전에 간신히 응급실로 향한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희귀병인 캐슬만병 선고를 받은 젊은 의사는 절망의 순간에 가까스로 "누군가는 최초가 되어야 한다"는 삶의 의지를 불태워서 창문 너머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를 응시하듯 수동적인 태도로 자신의 병을 대하며 순순히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중환자실의 불운한 환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열정적이고 거침없는 태도로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 나섰다. 이점이 이 책의 가치다.

또한 저자가 중심이 되어 이 캐슬만병 특성과 스스로를 실험한 치료 자료를 바탕으로 시작한 캐슬만병네트워크(Castleman Disease Collaborative Network, CDCN)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표준적인 접근법을 고안해서, 캐슬만병 환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희귀병 환자들이 치료법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게 된다.


갑자기 나는 내가 의사로서 일했던 그 병원의 그 복도를 환자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며 바로 전까지 같이 일했던 의대생,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마주치는 처지가 됐다. 나는 내가 돌보던 환자가 사용했던 그 병상에 환자로 누워있게 됐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엔 내 담당 의사가 서 있었다. 내 환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만 의사 노릇을 해봤으니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선 다른 환자들보다는 좀 더 아는 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