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단 책을 집어들자 마자 ‘남성의 마음속 여덟 가지 비밀’ 챕터부터 펼치고 읽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마음 속 깊은 곳이 찔렸다.


1. 남성의 삶은 (여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는 성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대에 구속되고 지배받는다.

2 남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포가 지배한다.

3 여성성의 힘은 남성의 정신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4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자신의 정서적 진실을 억압하는 것이 이 음모의 목표다.

5 남성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는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부터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머니란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원형 상징을 가리킨다.)

6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7 모든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무의식의 원형으로서) ‘종족선조’를 향한 깊은 갈망이 있다.

8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융 심리학으로 바라본 남성의 삶과 그림자>이다.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은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듣고 읽었지만 남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융 심리학으로 풀어낸 책은 처음이다. 솔직히 복잡한 심리학 책을 즐기진 않았다. 이 책도 처음에 뒤적거려본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깊숙히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책의 저자 융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남성을 평생 따라다니는 짐이자 부담거리를 ‘새턴(토성)의 그림자’에 비유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 대다수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타락한 권력에 고통받고 두려움에 쫓기며 자신도 모자라 타인까지 상처 입히면서, 모두가 공범이 되어 서로 모멸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 스스로 괴물이 되기도 한다.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는 오늘날의 남성들에게는 성인의 세계로 들어서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통과의례란 존재하지 않으며 현명한 원로도, 성숙한 남성의 본보기도 거의 찾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에게는 의존성이 계속 남아 있으며, 보상심리로 인해 당황스러우리만치 과다한 남성성을 과시하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보이는 상황은 홀로 고립된 채 수치심과 결정장애로 괴로워하는 일이다.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났을 뿐 실은 남성으로서 실격이라고 느낀다는 것, 공포와 분노 사이에서 고통받는다는 것, 감정적으로 남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정작 그 의존 대상에 대해서는 원망을 품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남성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견디기 힘든 이 진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스스로 가능해지면 타인과도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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