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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그런 일이 있단다, 샘. 그런 일이 있어. 사랑은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야. 오로지 자기 자신하고 싸우고 늘 패배한단다. 하지만 때로는 반대일 수도 있어. 네가 어떤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자주 생각할 수 있어. 또는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너를 더 좋아하든지. 사랑은 미련퉁이야.”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계 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코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빛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중간 세계에 있다.
“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극찬과 찬사가 쏟아지는 책이지만 그 얘기는 생략한다. 오프라 윈프리부터 판매실적까지 이 책을 수식하는 화려한 얘기는 굳이 쓰지 않겠다.

사랑과 치유,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를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 코마라는 설정으로 스토리에 녹여내고 그걸 아주 감성적으로 와닿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문학적으로 ...특히 이 소설의 작가 니나 게오르게 본인이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 했던 필사적 노력의 산물이기도 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그래서 이런 작품이 쓰지는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충의 줄거리는 불의의 사고로 깊은 잠, 꿈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남자와 그 남자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코마에 빠진 아빠, 그의 아들 샘,아빠의 옛 연인이었지만 끝내 자신의 사랑을 거부당했다고 믿는 에디, 같은 병원 다른 병동에 아빠처럼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 매디를 통해 작가의 메세지는 전달된다.

당연히 이런 소설들이 그렇듯이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으로 표현되고 여러가지 퍼즐같은 짧은 단서와 이야기들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맞춰진다, 그리고 책의 결말과 함께 그 스토리를 읽어낸 보람을 느끼고 어떤 희열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