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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하는 힘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비관하는 힘
아주 파격적이고 이상하면서도 신선한 논리의 책이다. 일반적인 관념이랑 완전히 반대논리다. 비관하는 힘에 대해서 말한다. 읽어보면 개똥철학이나 염세주의, 그냥 튈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주 과학적이고 설득당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며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저자 공학박사 겸 소설가 모리 히로시는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는 비관을 통해 생겨난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인간이 나쁜 짓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사유 덕분에 법률이 생기고 경찰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당연한 듯 낙관에 젖은 사회에 의심을 가질 수 있었고 비관할 수 있을 때까지 비관하고 그에 대비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도 너무 낙관적이었던 탓에 바탕으로 막상 실패 했을 때는 그 충격에 극심한 타격을 받았었다.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비관을 부정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탈피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데 필요한 진중함을 챙기고 굳건하고 치밀하게 어떤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줬다. 브레이크가 없는 차보다 브레이크가 있는 차가 코스를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의 구성은 200페이지의 부담없는 분량에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초반부에서는 비관은 최고의 생존 전략이고 사회가 낙관을 조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중반에서는 상식을 비관하며 혁신하는 법과 냉정한 대처가 가져다주는 것들, 그리고 과거를 낙관하고 미래를 비관하자는 색다른 제안을 한다. 후반부에서는 의심과 걱정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진실과 비관하는 연습에 대해 조언한다.
젊은이는 연장자에게 상의하는 것으로 경험 부족을 보완했는데 현재는 그 상대가 인터넷이 되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 곁에 노인이 많지 않아 ‘이 사람의 말을 믿어도 될까’ 하는 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마치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사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인터넷은 모르는 것이 없다.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면 모든 지혜를 모을 수 있다는 낙관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선수를 응원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모두가 성원을 보낸다. 좋은 결과를 낸 선수는 “응원 덕분입니다” 하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런데 대체 응원한 사람의 무엇이 선수에게 전해진 걸까.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에너지는 물리적으로 그렇게 간단히 주고받을 수 없다. ‘기운’이라고도 하는데, 그것도 자기 안에서 솟는 것이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이 ‘의욕’부터가 이미 감정이 만든 환상이 아닐까. 나는 지금껏 여러 일을 해왔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성실하게 일한다. 그러나 의욕이 있나 없나에 신경 쓴 적은 없다. 물론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을 때는 있다. 또 피로가 쌓였는지 몸이 무거울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을 하면 똑같다. 대부분 같은 시간에 일을 끝내는데, 그때의 기분도 크게 변함은 없다.

비관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비관을 할 수 없는 사람도 거의 없다. 걱정 같은 거라 생각하면 간단하다. 걱정은 누구나 한다. 단지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고 도중에 생각을 차단해버리는 버릇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최초의 불안한 기분만 마음에 담고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일어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어떻게 하면 그것을 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 않은 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