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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여성의 설득>
요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좋은 책들이 많지만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고민이다. 그 고민 속에서 고른 한 권이 이 책이다.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서나 에세이는 잠시 제쳐두고 두꺼운 소설을 골랐다. 물론 소설의 장점은 두꺼워도 술술 읽히고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더해진다.

이미 미국에서는 블록버스터급 페미니즘 베스터셀러로 인정받았고 니콜 키드먼이 영화화하기로 결정된 작품이다. 미국판 82년생 김지영이라 해도 되겠다.(물론 스토리 전개 방식은 전혀 다르다)
아주 정직하게 원제를 번역한 제목과 화려한 표지가 일단 맘에 든다.
이 작품의 스토리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강하고, 복잡하며, 야망 넘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그리어는 수줍음 많은 여대생으로 캠퍼스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페미니즘에 눈을 떠가는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 성장과정에는 중요한 조연으로 63세의 페미니스트 페이스 프랭크가 등장하고 그리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두 여성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담아내며 이야기는 전개되고 이 소설의 가장 큰 메세지라면 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무거운 주제가 버티고 선 소설이지만 꽤 많은 대목에서 유머와 소서를 읽는 재미 중 하나인 능숙한 인물 묘사, 감정 묘사들로 읽는 즐거움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스토리를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여성 문제에 대한 답들을 발견해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미국에서의 흥행성공이 현재 사회 이슈와 연관된 주제 의식 때문만은 아닌 흥미로운 소설적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일거라는 짐작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은 스스로 외향적이 되는 법을 익힌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멋진 조언과 함께 입다물지 말고 뭐든지 말하라는 말하고 행동하라는 대목들에서 전율을 느꼈다.
“저기…… 안에서 좀 더 크게 말하라고 하셨을 때 말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좀 어렵더라고요? 이거 보세요. 말투가 또 그냥 올라가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리어가 솔직하게 말하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페이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어요. 그렇지도 않고요.”
“하지만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상태로 제가 생각하는 것, 제가 믿는 것을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거예요.”
“그럴지도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게 굴지 말아요. 스스로를 너무 타박하지도 말고. 자기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냥 학생이 할 수 있는 것, 학생이 관심 갖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힘 있게 한다.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을 때까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에는 거북이가 그들 모두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