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도 기가 막히지만 책 띠지의 문구가 너무 좋았다.
<힘내라는 위로의 말이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조용히 건네주기 좋은 책>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고 이 책은 그런 용도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여태현 작가의 기존 소설들은 못 읽어봤지만 이 첫 산문집을 읽고 소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외로움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엮었는데 읽는 즐거움의 향연이고 각 챕터마다 삽입된 일러스트 또한 엄지척에 여태현의 글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책 자체가 하나의 선물같은 느낌이었다.
책은 세개의 파트로 분류 되어 있지만 나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순서대로 단번에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세 파트의 제목을 한 번 더 곱씹어 봤다.

가까워지는 줄 알았던 날들이 때론 멀어지기 위한 과정이었단 사실 그땐 몰랐다.
어떤 밤에는 이유없이 외로울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사랑이라고 되지 말란 법 있겠습니까…..
이 책은 특히 혼자만의 밤에 스탠드 불빛아래 또는 비오는 날 빗소리를 배경으로 읽기 좋을 듯 하다. 반면 백색소음 속 카페나 화창한 날씨의 대낮에 읽기에는 안 맞을 듯 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외로워야 할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고. 게다가 어떤 밤에는 이유 없이 외로울 수도 있다고. 우린 태어난 이상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거라고. 당신만 외로운 게 아니라고. 그런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나 많이 모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 안아준대도 결코 맹렬한 속도로 타오르는 불이 되진 못하겠지. 그러나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앉아 긴 겨울을 나긴 충분할 거다. 나는 못내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너무 사랑하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무서워집니다. 저 사랑 언젠가 끝이 나고 말 텐데. 같은 두려움입니다. 사랑의 불변함을 믿지 못하는 것도 무섭고, 다신 저렇게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무서워집니다. 내가 다시 누군갈 벅차게 할 수 있을까.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릴 것 같단 소릴 또 하게 될까. 내겐 이제 남아있는 게 별로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