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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9년 7월
평점 :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어쩌다 보니 벌써 정영옥 작가와의 세번째 만남이다.
전작이 ‘편지할게요’와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가 혼자만의 시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글이었다면 이번 책은 인간 관계에 대한 글이었다. 세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뭔가 진화되고 작가와 함께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으로 푸는 관계 레시피, 쉽게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오늘 누구와 함께 밥을 먹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대한 이번에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읽기 좋은 길지 않는 글들의 엮음이었다. 그리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더해져서 책 자체가 굿즈였고 멋진 노트도 선물로 같이 받게 되었다.
사실 시중에 음식 관련 에세이 드물지 않게 나온다. 그중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막히는 부분을 음식이나 요리 레시피로 비유하고 풀어나가보자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엄마의 닭볶음탕을 통해서는 실수, 빈틈 투성이인 우리에 관해, 옛날 통닭을 통해서는 나로 살아가는 방법에 관해, 돌체라떼를 통해서는 조화로움에 관해 얘기한다.
저자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의 속내는 보고 싶다는 말, "밥 챙겨 먹어."라는 말은 당신을 걱정한다는 말, "밥 먹고 힘내."라는 말은 당신은 응원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부터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음식들로 인생의 깨달음과 조언을 들려주며 읽는 사람들이 다시 싶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직은 그 비율이 완벽하지 못할 순 있어도, 그 맛이 조금 엉성할지 몰라도. 누군가에 입맛엔 영 별로일지 몰라도. 그래도 지금껏 나를 맛봐왔던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변하고 있는 내가 어느 정도 입맛에 맞아가고 있나 보다. 전에 나란 사람은 선택받지 못했고, 뱉어지는 일이 많았었는데 요즘의 나는 조금씩 마음을 주고받으며 상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삼킬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맛이 되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나, 조금씩 섞여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