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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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즐겨읽고 시중에 역사 관련 서적들은 차고 넘치지만 음식으로 읽는 역사, 그리고 요리천국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 하는 책이라니 집어들수 밖에 없었다.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책 제목 그대로 음식과 관련된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30개 정도의 길지 않은 이야기 챕터들을 엮었고 3장으로 나눠서 중국을 만든 음식, 역사를 바꾼 음식,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음식으로 나눠져 있는데 신화와 민담, 떠도는 소문부터 정통 역사서의 기록까지 대륙을 만든 음식에 관한 분석들이다.




귤, 조개, 차, 국수, 월병, 샥스핀, 호떡, 고구마, 양고기 등의 식재료와 역사적 사건에 소재가 된 흥미진진한 음식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책이다. 물론 음식을 통해 역사를 본다는 게 나무만 보고 숲을 판단하려는 일일 수 있고 전체를 제대로 못 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지만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고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도 여러 이야기를 읽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제목만 읽어도 군침이 돌고 궁금해지는 챕터들을 나열해보면 고대 중국에서는 요리사가 재상, 중국인의 조상은 물고기? 귤 한 상자면 떼부자, 만주의 귀족들, 샥스핀에 빠지다, 서역에서 전해진 복날과 그 의미, 양귀비가 호떡 맛에 빠진 이유, 양고기의 나라, 고대 중국, 복숭아밭에서 도원결의를 한 이유, 계륵으로 본 조조의 진짜 모습, 제갈공명의 만두 발명설

, 최초의 합격 기원 음식, 돼지족발, 두보가 소고기 과식으로 죽은 사연, 갑자기 사라진 중국 생선회의 미스터리 등이다.


아무리 역사를 많이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되는 역사가 많을 듯 하다.   일례로 우리는 서역의 흉노족을 오랑캐, 중원의 한족에 비해 문명이 뒤떨어진 야만적인 유목민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흉노족이 살았던 서역은 자원이 풍부한 땅이었고, 한 무제 때 개척한 실크로드는 중원의 앞선 문물이 서역으로 흘러간 경로가 아니라 서역의 풍부한 자원과 문화가 중국으로 흘러들어온 통로였다. 중국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은 역사만 해도 극히 짧다. 명나라 이전까지 웬만한 중국인은 돼지고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돼지고기는 서민의 고기, 천민의 고기였다. 중국인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게 된 과정을 보면 북방 유목민과 남방 농경민 간 대립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동양인은 음식에다 시험 통과의 소망을 담아 먹기 시작했으며 최초의 합격 기원 음식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아마 당나라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 먹었다는 돼지족발이 최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나라 때는 과거 시험이 끝나 장원 급제자가 나오면 붉은색 먹으로 급제자의 이름과 답안지 제목을 적어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에 있는 대안탑에다 붙였다. 이렇게 장원 급제자의 이름과 시제를 붉은 글씨로 적은 대자보를 ‘주제(朱題)’라고 했다. 중국어로는 ‘주티’다. 그런데 이 주티(朱題)와 돼지족발을 뜻하는 ‘주티(猪蹄)’가 발음이 같다. 그렇기에 과거를 보러 가는 당나라 선비들이 돼지족발을 먹으며 장원 급제해 자기 이름과 답안 제목이 붉은색 먹으로 쓰여 대안탑에 내걸리기를 소원했다는 것이다.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은 단순한 말장난, 미신이 아니었다. 1000년 전에는 실제로 국수를 먹고 오래 살았으니 당시에는 과학이었던 셈이다.  만두를 제갈공명이 만들었단건 허구,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소 도축에 더욱 엄격했다, 돼지고기 한 점에는 중국을 구성해온 다양한 민족의 투쟁과 갈등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중국 전염병의 역사를 보면 음식 사학자들이 중국에서 갑자기 생선회가 사라진 첫번째 원인으로 전염병을 지적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원말명초를 전후로 식탁헤서 생선회를 없애버린 데에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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